“계곡물에 담근 시원한 수박? NO!” 여름 식중독 파헤치기

입력 2021-08-14 10:10 수정 2021-08-14 13:57
여름철 계곡에 수박을 담그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자칫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위험하다. 게티이미지

유독 무더운 올여름, 우리나라는 찜통더위와 함께 식중독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최근 부산의 한 밀면집에서 발생한 식중독 집단 감염을 시작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도 성남 분당의 유명 프랜차이즈 김밥집에서도 270명에 달하는 집단 식중독 감염 사태가 벌어졌죠. 밀면집 계란 지단과 단무지 등에서, 또 김밥집 행주와 도마 등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됐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집단 식중독’ 주의보가 들려오면서 외식업자와 시민들 모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유난히 자주 일어나는 식중독,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폭염 등 무더위로 고온다습… 식중독균 번식 9월까지 조심해야

식중독은 여름철 주의해야 할 질환 중 하나예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식중독 환자 수는 무려 6만7270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식중독은 금식과 충분한 수분섭취를 하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노인, 유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탈수가 심해지면 간과 심장 기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료이미지. 국민일보DB

유독 식중독이 발생하기 쉬운 계절로 여름철이 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고온다습’한 날씨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고온다습한 날씨는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식약처는 올해 작년보다 7월 평균 최고기온이 26.3℃에서 31℃로 4.7℃나 상승해 폭염일이 0→8일로 대폭 증가했고, 8월 역시 더울 것으로 예측돼 식중독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여름철 식중독은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균 등에 의해 발생하는데 통상 병원성 대장균이 세균성 식중독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꼽힙니다. 세균에 오염된 음식물을 먹으면 72시간 이내에 구토,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요.

최근 뉴스에 등장한 식중독은 모두 살모넬라균이 원인으로 지목됐지요.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살모넬라균 식중독은 6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7월을 거쳐 8~9월까지 높게 나타납니다. 질병청은 최근 5년간 이 같은 발생 경향을 고려했을 때 9월 말까지 살모넬라균 감염증 발생이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과일·빙과류 등 자칫하면 세균 ‘득실득실’

여름마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식중독균,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거 알고 계셨나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름 휴가를 맞이해 계곡을 찾는 피서객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계곡으로 놀러 온 피서객들은 챙겨온 과일을 차갑게 유지하기 위해 계곡물에 과일을 담그곤 하죠. 하지만 이런 행동은 식중독균 감염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해요.

맑아 보이는 계곡물에는 야생 동물이나 사람들의 배설물로 인해 대장균을 포함한 각종 미생물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소량의 계곡물로도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요. 과일을 계곡물로 씻거나 담그는 행동 등으로 설사·상복부 통증·발열·구토·대장염 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자료이미지. 픽사베이

수박을 자른 후 랩에 씌워 보관하는 것도 세균 오염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에 따르면 수박을 자른 후 랩을 씌워 보관한 경우 보관 전보다 세균 수가 최대 30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수박을 보관할 때는 깍둑썰기를 한 뒤 밀폐 용기에 담아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료이미지. 픽사베이

더위를 식혀주는 또 다른 식품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도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냉동식품에는 균이 없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오산입니다. 영하 18℃ 이하에서 보관했을 때만 세균 감염 우려가 낮을 뿐입니다. 냉동 보관 온도를 지키지 않거나, 유통 도중 제품이 녹아버린 경우 아이스크림 같은 찬 음식에서도 대장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병원성 대장균으로 인한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제조일자로부터 2년 이상 경과한 제품은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포장지가 훼손돼 바람이 빠졌거나 녹아서 모양이 변한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모넬라균 예방하려면 달걀 만진 손 씻기… 조리도구 위생도 챙겨야

달걀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음식을 조리해야 한다. 게티 이미지

식중독을 막으려면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주의해야 합니다. 이번에 집단 발생한 살모넬라균 식중독은 살모넬라균에 노출된 달걀, 우유, 육류와 가공품이 주요감염원으로, 이 식품들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교차오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달걀의 겉면이 살모넬라균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달걀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세정제 등을 이용해 흐르는 물에서 30초 이상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질병청은 처음 달걀을 살 때 껍질이 손상되지 않은 것을 구입하고, 냉장보관해야 하며, 껍질을 깬 이후에는 빠른 시간 내 충분히 가열해서 조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조리 도구들. 픽사베이

조리도구의 위생 또한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차오염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교차오염은 식품의 제조, 가공, 유통 등의 과정에서 오염이 되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칼, 도마 등 조리도구와 행주 등을 깨끗이 세척하고 소독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조리도구를 여러 개 준비하고 용도에 맞춰 쓰는 것입니다.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칼과 도마는 열탕 소독 후 햇볕에 건조하고 행주나 수세미는 끓는 물에 매일 10분 동안 삶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박효진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3일 “식중독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어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또 “육류, 해산물, 달걀 등은 75℃ 이상에서 충분히 가열한 뒤 섭취해야 한다”면서 “냉장 보관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으니 (조리한 음식은) 하루 이상 보관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예솔 인턴기자
한다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