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애타게 불렀지만 ‘외면’…병든 부친 굶겨 사망케 한 20대

입력 2021-08-14 05:07
뉴시스

거동이 어렵고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가능한 50대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아들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아버지를 간호하던 아들은 ‘회복할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뒤 “아들, 아들아”라고 도움을 요청한 부친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8일간 약과 음식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상오)는 13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까지 8일간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 B씨(56)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 발병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심부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인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치료비 부담 등 사정으로 인해 퇴원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퇴원한 B씨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었던 데다가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가능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해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인 경관 급식 형태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으며 폐렴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나지 않는지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자백을 한 A씨는 퇴원 당일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총 10회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라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마음을 독하게 먹은 5월에는 “아들, 아들아”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을 들었음에도 모른 척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후 방에 다시 한번 들어가 봤는데 피해자가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이를 본 A씨는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닫고 나온 뒤 사망할 때까지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간은 작정하고 부친이 사망하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어린 나이로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어 연명 입원 치료 중단 및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사망을 의욕하고 적극적인 행위로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둬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출소 이후에도 피해자 사망에 관해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양형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형의 하한을 다소 벗어나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