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육군, ‘두 손가락’ 처녀성 검사 폐지

입력 2021-08-14 00:02
CNN 캡처

인도네시아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5월부터 여군 부사관 모집 시 처녀성 검사를 폐지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13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안디카 페르카사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칼리만탄에서 열린 인도네시아-미국 연합 군사훈련을 참관한 뒤 기자들에게 “5월부터 (처녀성 검사 폐지를) 여군 부사관 선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군 부사관뿐만 아니라, 결혼 허락을 신청한 군인의 예비 아내에 대한 처녀성 검사도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처녀성 검사는 더는 우리 군 교육 목표와 관련이 없다. 그래서 필요가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관행적으로 여경·여군뿐만 아니라 공무원 양성 대학 입교생, 공직자와 결혼할 예정인 여성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처녀성 검사가 시행됐다.

인구의 87%가 이슬람 신자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혼전 성관계가 흔하게 이뤄짐에도 혼전 성관계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주장과 혼전순결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뒤섞여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2014년과 2015년 인도네시아 여경·여군 채용 시 ‘두 손가락’을 사용한 처녀막 검사로 여성 지원자들에게 수치심과 고통, 정신적 충격을 주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폭로했다.

이 단체는 50년 이상 이러한 관행이 지속했다며 “이는 비과학적이고, 국제인권법에 어긋난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비도덕적인 사람이 군에 들어올 수 없다”며 맞섰다.

육군 사관학교 방문한 안디카 페르카사 육군 참모총장. 인도네시아 유튜브 캡처

논란이 계속되자 먼저 2018년 여경이 처녀성 검사를 폐지했다. 이어 안디카 육군참모총장이 지난달 18일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여군 채용 과정의 의료검진이 남성군인 의료검진과 비슷해야 한다”고 말해 폐지하겠다는 뜻을 알렸다.

인도네시아의 여성 단체들은 군 당국에 공식 확인을 요구했고, 폐지 여부에 국제적 관심이 쏠리자 안디카 참모총장이 응답한 것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육군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제 인도네시아 공군과 해군이 응답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이에 인도네시아 해군 대변인은 “여성 지원자에 대해 임신 검사를 할 뿐, 처녀성 검사를 특별히 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또 공군 대변인은 “여성 생식기 검사는 신병의 복무 능력을 손상할 수 있는 물혹 등을 검사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처녀성 검사라는 용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처녀성 검사는 주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최소 20개국에서 미혼 여성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이뤄지고 있다.

WHO 측은 “처녀성 검사는 여성 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전면 금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