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15 광복절 불법 집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한 가운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속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 위원장은 불출석으로 연기된 영장실질심사를 비롯한 향후 사법절차에 응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상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3일 코로나19 방역 대국민담화를 갖고 “이번 광복절에도 일부 단체가 대규모 불법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며 “어떠한 자유와 권리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지난해 8·15 불법 집회가 2차 유행을 불러와 얼마나 많은 고통이 뒤따랐는지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그러면서 “국민적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법 집회를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총리의 엄포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고비 속에서 진보·보수단체 모두를 향해있다. 경찰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14∼16일) 동안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는 40곳이 넘는다. 특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이끄는 국민혁명당은 14일부터 사흘간 서울역·서울시청 등에서 ‘1000만 1인 시위 대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1인 시위 형태의 집회를 계획 중이다. 경찰은 총 316개 집회 신고에 금지를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집회 강행과 충분한 거리두기 간격을 지키지 않거나 기습적으로 모이는 ‘변형 집회’가 펼쳐질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 위원장에 대한 사법당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앞서 양 위원장은 지난 11일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은 대신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피의자인 양 위원장과 변호인 모두 불출석해 서울중앙지법은 심사를 연기했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 이후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 안에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계속 머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효기간이 오는 16일인 구인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상태지만, 민주노총 조합원과의 충돌을 우려해 집행에 신중한 입장이다. 서면으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양 위원장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광복절 불법 집회를 엄단한다고 해놓고, 사법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양 위원장에게는 미온적인 태도만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해 올해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일 양 위원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사흘 뒤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양 위원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구인영장이 만료되는 16일 이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