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직 사무국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비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장관 아들이 누군지 모르고 본 적도 없다”며 “고등학생이 인턴을 하거나 센터 사무실에 드나든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는 검찰에서 “인턴 기간 동안 4~5번 센터에 나왔고 노씨 성을 가진 사람에게 과제를 제출했다”고 진술했는데 정반대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당시 센터에 노씨 성을 가진 교수는 증인뿐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부장판사 마성영)는 13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씨가 인턴을 했다고 주장한 2013년 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한 노모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공모해 조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의 인턴활동 예정증명서와 인턴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나란히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조씨를 본 적이 있는지’ ‘조씨에게서 자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고등학생 인턴 면접이나 에세이를 봐준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노 교수는 이에 대해 모두 “없다”고 답했다. ‘센터에 근무하는 동안 고등학생 인턴이 없없던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노 교수는 2011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며 한인섭 당시 센터장의 지시를 받고 이례적 양식인 조씨의 인턴활동 예정증명서를 발급했다. 노 교수는 “(발급 이후) 어떤 여학생이 찾으러 와서 건넸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재판에서 증인신문 기회를 얻어 직접 신문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브라질 전통 무술인 ‘카포에이라’를 언급하며 조씨가 노 교수에게 직접 듣고 자신에게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은 “저는 증인과 사적 친분이 없는데 저희 아들이 2013년 7월 말에 증인이 브라질에 간 사실을 알고 있다”며 “아들이 센터에 갔다 와서 증인이 브라질에 ‘카포에이라’를 배우러 간다고 했고 단어를 명확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로부터 단어를 들은 적이 없고 제 아이에게서 들었다”며 “아들은 키가 아주 크고 마른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당시 브라질에 다녀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고등학생한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카포에이라’가 조씨 조서에 나온다며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겠냐’는 전제로 질문하지만 그 전제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 교수 후임으로 사무국장에 재직한 김모씨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씨는 자신이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여서 관련 재판에 증언하기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센터 명의 확인서 발급 경위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갑자기 피의자로 전환됐다”며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인턴활동 증명서 관련인 것은 분명하고 피고인 공소사실과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면서 “정 교수 2심 판결의 충격이 크다”며 “많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이어 “권력형 비리, 조국 펀드 등 터무니없는 혐의는 벗었지만 인턴증명서가 유죄로 나왔다”며 “그렇지만 대법원에서 사실판단과 법리적용에 대해서 다투겠다”고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