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메뉴나 재료 원산지 등을 타박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허탈감을 표현했다.
김 신부가 12일 페이스북에 풀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11일 안나의 집에서는 찾아온 노숙인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용 빵을 나눠줬다. 그런데 한 할머니가 빵을 받아 들고는 “전 이런 빵 안 먹어요. 파리바게뜨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라며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할머니의 황당한 요구에 김 신부는 최근 비슷한 경험이 떠올랐다. 도시락을 받은 할아버지가 다시 오더니 “신부님 이거 이천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 해주세요”라고 말했던 것이다.
김 신부는 “불교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물을 드리고 있는데 물을 받으시곤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 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고 넋두리를 했다.
‘이상하다… 혹시 우리 안나의집 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라는 글 첫 문장을 언급하며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다”고 한숨 쉬었다. 김 신부는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지난해 12월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무료 급식을 받으려했던 모녀를 비판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 신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0년 한국을 찾아 2005년에 귀화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