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본 야구사랑 8%… 도쿄올림픽 최고는 김연경

입력 2021-08-13 12:27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도미니카공화국과 가진 도쿄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도중 더그아웃에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6대 10으로 져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요코하마=김지훈 기자

우리 국민은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로 여자 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을 지목했다. 올림픽 전후 여러 사건을 일으키고 숱한 패자부활전 끝에 메달을 놓친 야구대표팀 경기는 흥미롭게 본 종목 4번째로 꼽혔다.

한국갤럽은 13일 ‘한국인이 본 도쿄올림픽’을 주제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002명에게 전화를 걸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김연경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로 지목해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김연경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18%의 지지를 얻어 당시 여자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9%)와 펜싱의 박상영(24%)에 이어 3위에 오른 바 있다.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사상 최초의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은 35%, 안산과 함께 올림픽 신설 종목인 혼성 단체전 초대 우승을 합작하고 남자부 단체전까지 2관왕에 오른 김제덕은 13%로 김연경의 뒤를 이었다. 육상 높이뛰기에서 4위에 올라 메달을 놓쳤지만 올림픽을 즐기는 태도로 박수를 받은 우상혁은 11%로 4위, 수영 남자 자유형 100m에서 47초56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쓴 황선우는 7%의 지지를 얻어 5위에 올랐다.

김연경을 앞세운 여자배구는 우리 국민이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흥미롭게 본 종목이었다. 응답자에서 가장 많은 68%가 배구를 지목했다. 이어 양궁이 44%, 펜싱이 9%로 뒤를 이었다. 일본·미국에 모두 지고도 패자부활전을 거듭해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결국 4위에 머물렀고, 이 과정에서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로 논란을 자초한 야구도 8%의 선택을 받았다. 욕하면서도 드러난 ‘야구사랑’이 설문조사에 반영됐다.

김연경이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세르비아와 가진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를 수확해 종합 순위 16위를 차지한 한국 선수단의 도쿄올림픽 성과에 대해 ‘기대한 만큼의 결과’라는 응답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응답은 똑같이 31%로 나타타났다.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응답은 25%였다.

도쿄올림픽은 방사성 물질 오염 식자재 우려, 코로나19 대유행, 독도를 성화 봉송 지도에 표시한 개최국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 등으로 여러 논란 속에서 개최됐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보이콧 여론도 불거졌지만, 국가대표들의 투혼과 노력까지 외면하지 않았다. TV로만 시청할 수 있던 도쿄올림픽에 대해 ‘즐거웠다’는 응답이 53%로, ‘즐겁지 않았다’는 37%의 응답보다 많았다.

한국갤럽은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로 추출(집 전화 RDD 15% 포함)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통화 7252건 중 1002명이 응한 응답률은 14%였다. 표본오차는 ±3.1%포인트(95% 신뢰수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