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봉 꼬박 모아야 수도권 집 마련··· 첫 내집마련 7.7년 소요

입력 2021-08-13 11:34 수정 2021-08-13 11:36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뛰면서 일반 국민들의 ‘내 집 마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에도 자가를 보유한 가구의 비율은 4년 만에 하락했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Price Income Ratio)은 8.0배(중위수 기준)로 나타났다. PIR은 주택 가격의 중간값을 가구 연소득 중간값으로 나눈 수치로,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8년을 꼬박 모아야 수도권에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수도권 PIR은 2019년 6.8배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수도권 PIR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6.7~6.9배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뛰었다. 전국 PIR도 5.5배로 2019년(5.4배)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광역시는 5.5배에서 6.0배로 뛰었다. 도 지역 PIR도 3.6배에서 3.9배로 올랐다. 전체 표본의 중위수가 아닌 평균 PIR은 전국 7.3배, 수도권 9.6배, 광역시 6.8배, 도지역 4.5배 등으로 나타났다.

임차가구 월 소득에서 차지하는 월 임대료 비율(RIR·Rent Income Ratio)도 전국 기준 16.6%(중위수 기준)로 2019년(16.1%)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이 18.6%로 가장 높았으며, 광역시(15.1%), 도 지역(12.7%) 순으로 나타났다. 생애최초 주택 마련에 걸리는 시간은 7.7년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집값 상승의 여파로 2019년(6.9년)에 비해 0.8년 늘어났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해로,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한 전세계적인 초저금리 기조 등으로 집값과 임대료가 높아지며 PIR, RIR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편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는 전체의 57.9%로 전년(58%)보다 소폭 줄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50.0%→49.8%, 광역시 60.4%→60.1%로 소폭 줄었고 도지역은 68.8%→69.2%로 늘었다.

자가를 ‘보유’한 가구 비율도 4년 만에 하락했다. 2017년부터 61.1%→61.1%→61.2%로 증가세였지만 지난해 60.6%로 떨어진 것이다. 수도권과 광역시도 각각 54.1%→53.0%, 62.8%→62.2%로 하락했다. 다만 도지역은 71.2%→71.4%로 소폭 상승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간 지속적인 주택공급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가구 분화로 인해 자가보유율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올해 들어 공급 선행지표인 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 등이 증가하고 있고 공급대책을 통한 물량 추가공급이 예정돼있어 자가보유율은 점차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들의 주택보유에 대한 열망은 더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보유 의식을 조사한 결과 국민 87.7%가 ‘내 집이 꼭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2019년 84.1%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특히 청년(78.5%), 신혼부부(89.7%), 고령(91.2%) 등 가구주의 연령이나 가구의 소득이 높을수록 주택보유의식이 높게 나타났다. 조사 대상 가구들은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34.6%), 전세자금 대출 지원(24.5%),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11.6%) 등을 꼽았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