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2강’ 현대家, 발톱 잃은 포항…‘올림픽 반환점’서 격변하는 K리그

입력 2021-08-13 07:00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지난 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열린 성남 FC와의 원정 경기 중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2020 도쿄올림픽을 반환점으로 프로축구 K리그1의 흐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말 있을 경기 결과에 따라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순위에 변동이 예상된다.

13일 현재 리그 선두인 울산 현대는 주전 혹은 준주전급에 속하는 올림픽 국가대표팀 주축들이 합류하면서 가장 크게 힘을 받았다. 미드필더 원두재와 이동경, 공격수 이동준과 측면 수비 설영우까지 올림픽을 거치면서 기량이 한층 더 무르익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소화하며 주춤했던 기세가 다시 상승기류를 탄 모양새다. 내림세가 뚜렷한 제주 유나이티드와 14일 원정경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이동경과 이동준이다. 둘은 귀국 직후인 지난 4일 대구 FC전 대활약에 이어 7일 강원 FC 전에서 모두 득점포를 터뜨렸다. 원두재도 강원전에서 미드필더 중 가장 많은 패스 34개를 성공시키며 중원 엔진으로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올림픽 기간 중 빠진 선수들은 활동량과 측면 속도 등에서 울산에 공헌도가 높은 선수들”이라면서 “외국인 선수 힌터제어 활약이 아직도 저조해 공격진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다른 팀보다 문제가 크지는 않다”고 했다.

2위 전북 현대는 올림픽대표팀에 골키퍼 송범근과 이유현이 차출됐지만 공백이 크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림픽 기간인 지난달 치른 경기가 없었다. 이달 초 상승세인 수원 FC(이하 수원F)에 일격을 얻어맞았지만 대구 FC와 광주 FC를 제물로 연승하며 울산을 추격 중이다. 아직 울산보다 2경기 덜 치렀다는 점은 위안이지만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건 고민거리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합류한 송민규는 아직 경기력이 기대 이하다.

전북에 가장 힘이 되는 건 측면 공격수 문선민의 상무 전역이다. 전북이 경기력 부진에도 2연승을 달린 과정에는 그의 기여가 컸다. 사우디 리그에 진출했던 대표팀 출신 수비수 김진수는 임대 형식으로 복귀했지만 아직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일류첸코 정도를 제외하고 바로우나 쿠니모토, 구스타보 등 외국인 선수 활약에 기복이 있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전북은 15일 하위권 탈출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FC 서울과 홈경기를 치른다.

3위 수원 삼성은 전반기 울산과 전북을 턱밑까지 추격했으나 올림픽 기간부터 급격한 내림세다. 고승범의 입대, 헨리의 이탈 등 악재가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진이다. 박 위원은 “수원은 웅크리다가 역습으로 나가는 속도가 매우 빠른 팀이었는데 전지훈련 다녀와서부터 기동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고 했다. 최근 포항을 잡고 기세를 가다듬은 성남 FC를 상대로 14일 반전을 꾀해야 한다.

수원과 반대로 6위 포항은 하락 요인이 뚜렷하다. 조각난 선수단을 가지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왔지만 송민규의 전북 이적 사건 여파가 컸다. 박 위원은 “송민규의 이적은 단순히 선수 하나가 빠진 게 아니라 팀 자체에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하면서 “선수들의 정신력에도 영향이 클 것”이라고 했다. 김기동 감독이 모른 채 구단이 선수 이적을 처리한 사건 자체가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은 “사실 포항은 송민규가 있을 때도 위태위태했다. 선수 구성을 보면 이번 시즌 잘하는 게 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임상협까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수비에서도 실수가 너무 잦다.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좋은 전력이라 할 수 없다”면서 “올 시즌은 더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게 제 1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포항과 15일 맞붙는 5위 수원F는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와 무득점 무승부를 거두긴 했지만 상승세가 뚜렷하다. 라스와 무릴로 등 외국인 공격조합의 폭발력이 경이로운 수준이다.

4위 대구는 지난 5월 30일 강원전 이후 리그에서 아직 승리가 없지만 지거나 비기는 경기에서도 꾸역꾸역 득점에 성공했다. 최근 리그 두 경기에서 우승후보 울산과 전북을 상대로 모두 1대 2로 석패하면서 나쁘지 않은 분위기를 유지해왔다. 또한 주중 FA컵에서 포항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기세를 탔다. 다만 14일 상대할 강원이 최근 부상 선수들의 복귀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