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접 접촉 없이도 코로나19에 확진되는 경우가 상당수인 만큼 자가격리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아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장 확실한 방어수단 중 하나인 백신 접종 예약률은 만 50세 미만 대상자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서울의 한 3차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2차 감염 36건을 분석해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준에 따르면 이 중 10명은 밀접 접촉자에 해당하지 않았다. CDC는 확진자와 약 1.8m 내의 거리에서 최소 15분간 머무른 이들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한다.
밀접 접촉 없이 확진된 10명 중 2명은 아예 확진자와 대면하지 않았다. 한 명은 확진자 다음 순서로 엑스레이를 촬영하다가 감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른 한 명은 확진자가 사용했던 병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해당 직원은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되지 않아 이후 정상 근무를 했다. 다른 8명은 마스크를 낀 채 확진자와 짧게 대화를 나누거나 같은 공간에 머무르기만 했는데도 확진됐다.
일선 현장에서 밀접 접촉 여부를 판별할 때 ‘최소 15분 이상 접촉’ 같은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게다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 경직된 기준을 적용했다가 추가 전파를 놓친 뒤로 개별 역학조사관의 현장 판단을 더 큰 폭으로 존중하게 됐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자가격리 범위를 늘리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연구 기간 밀접 접촉자는 440명이었지만 그보다 접촉의 정도가 덜한 ‘일상 접촉자’는 2198명 나왔다. 김 교수는 “델타형 변이의 등장으로 전파력이 더 강해졌다”며 “밀접 접촉자가 아니어도 확진될 수 있으니 안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력에 대응하려면 백신 접종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12일 0시 기준 18~49세 백신 접종 대상자 중 사전예약을 마친 이들은 271만2180명으로 나타났다. 생년월일이 9, 0, 1로 끝나는 대상자 중 56.4%만 예약을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