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려하는 건 ‘리투아니아 도미노’…“中 의지 오판 말라” 최후통첩

입력 2021-08-12 17:32
리투아니아에 있는 중국 대사관 전경. 중국 외교부는 지난 10일 대만 문제를 이유로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리투아니아도 중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라고 요구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대표처 설립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든 리투아니아를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중국은 리투아니아를 그냥 두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다른 유럽 나라들로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화춘잉 대변인은 전날 문답 형식의 입장문을 통해 “입으로는 하나의 중국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공공연하게 대만과 정부간 교류를 하고 심지어 대만 독립 세력의 플랫폼이 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리투아니아가 대만 대표처 설립을 허용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하나의 원칙을 위반한만큼 중국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 주재 중국 대사를 소환한 이후 추가 대응 조치를 정당화하는 분위기다. 그는 “리투아니아가 중국의 국가 주권 및 영토 보전에 대한 확고한 결심을 오판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가 11일 홈페이지에 올린 화춘잉 대변인의 문답 형식의 입장문. 화 대변인은 대만 대표처 설립을 허용한 리투아니아를 향해 "중국의 국가 주권 및 영토 보전에 대한 확고한 결심을 오판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중국이 EU 회원국 주재 대사를 소환한 것은 1993년 EU 창설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의 대사 소환 발표 직후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우리는 주권 국가로서 국제적 의무를 위반하지 않고 경제, 문화 관계를 발전시킬 국가를 스스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주송링 베이징연합대 대만문제연구소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리투아니아의 움직임은 중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서방 국가들이 이를 그대로 따라하고 결국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면서 “중국으로선 협상의 여지가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리투아니아와의 단교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다만 외교 관계 단절까지 가기 전 자국 대사를 불러들임으로써 완충 공간을 남겨뒀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리투아니아는 대만 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대만 대표처 설립은 워싱턴이 연출한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한 러시아, 벨라루스와 손잡고 응징해야 한다”며 “대만 문제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자 협상 카드로 사용될 수 없는 사안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대만 문제에 있어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비슷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때 대만 대표들이 참석했던 일이나 지난 5월 팔라우 주재 미 대사가 대만을 공식 방문한 것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조금씩 허무는 일로 평가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