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기대했던 ‘11월 집단면역’ 계획표가 흔들리고 있다. 백신 공급 부족과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19가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면서 ‘K-방역’ 효과로 대선 승리를 노렸으나 코로나19 상황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백신 부족 사태는 문재인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여기에다 장기화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문재인정부 책임론으로 옮겨붙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불과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코로나19 방역상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9월까지 1차 백신접종을 마치고, 11월에 2차 접종까지 완료해 올해 말에는 집단면역 형성을 통한 ‘노(No) 마스크’ 선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노 마스크’ 선언을 부동산 정책 등으로 민주당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터닝 포인트’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시간표가 지켜질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민주당 재선의원은 12일 “최근 거시경제지표도 회복되고 있지만 그 온기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집단면역을 통해 마스크를 벗고 일상을 회복하는 일은 국민들이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한 달 째 지속되고 있지만 2000명대까지 치솟은 신규 확진자 규모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델타 변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다 모더나 백신수급 차질까지 겹치며 당장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해 국민이 감수해야 할 고통의 시간은 길어지는 분위기다. 정부와 여당 지도부는 과도한 불안감을 낮추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선 전략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민주당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에 무려 180석을 안겨주며 K-방역에 힘을 실어줬던 유권자들이 정부와 민주당에 책임을 묻고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국민의힘은 백신 부족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여당 유력주자들 모두 코로나19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현직 지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기도 코로나19 방역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책임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방역을 진두지휘하다 지난 4월 코로나19 재확산 국면에서 대선에 나서기 위해 사퇴했다는 비판에 시달릴 수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코로나19 국난 극복 선거’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끌어낸 바 있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코로나19가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정부 책임론이 터져 나올 경우 그동안 대선주자들이 자제해 왔던 문 대통령과의 각 세우기가 본격화되면서 당내 불협화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여당 대선주자들은 코로나19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해 방역현장을 직접 챙기고 나섰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전날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마무리 발언의 주제로 삼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