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활동가들을 검거하기 위해 대규모 수사팀을 꾸렸었지만 문재인정부 초반 그 역할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화해 분위기에 맞춰 기존 공안 수사가 일부 중단 또는 축소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말을 맞으면서 국정원과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다.
정보기관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12일 “국정원에서 이번에 구속된 청주 활동가들을 수년 전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대규모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하에 대규모 팀까지 꾸렸는데 서훈 국정원장 시절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문 정부 초대 국정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8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임기 중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앞장선 인물이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던 데다 간첩 수사 특성상 범죄 증거를 확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며 “(이런 분위기 탓에) 검찰에서도 공안 수사 지휘에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능통한 또 다른 관계자도 “수사팀에서 일찍이 증거를 다 확보했기 때문에 검거하려 했지만 ‘남북 정상회담으로 분위기가 좋은데 판이 깨질 수 있다’며 수사를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증거가 차고 넘쳐 수사팀이 ‘더 이상 참기 어렵다’며 강하게 나온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원은 그동안 내·수사한 결과를 토대로 청주 활동가들을 검거하는 등 사건을 매듭지으려고 했지만 남북 화해 분위기 속 일종의 ‘속도 조절’로 지난 5월에서야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보당국은 2017년 5월과 2018년 4월 중국과 캄보디아에서 청주 활동가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는 것을 직접 확인하는 등 이들을 예의주시해왔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규모 팀이 운영되지는 못했지만 국정원 충북지부를 중심으로 꾸준한 추적이 이뤄졌고 그 결과 증거들이 누적되면서 강제 수사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구체적인 인력 현황을 밝힐 수 없지만 큰 변동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판 이형민 박민지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