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을 마친 각 종목 국가대표들은 환영과 격려 속에서 여운을 만끽하지만, 한국과 일본 야구만 유독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팬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방역 지침을 위반한 술판, 음주운전, 도핑 적발, 대마초 구입으로 올림픽 전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국 야구에 이어 일본에서도 베테랑 타자의 폭행사건으로 축제 분위기가 일소됐다.
폭행사건의 가해자는 일본 야구 국가대표 출신 내야수 나카타 쇼(32·니폰햄 파이터스). 나카타는 지난 4일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 치요가다이구장에서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 가진 연습경기를 앞두고 동료를 폭행했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는 12일 폭행 피해자를 니폰햄 투수 카즈토모 이구치(27)로 지목했다. 니폰햄 구단은 카즈모토와 언쟁을 벌이다 주먹을 휘두른 나카타의 폭행 경위를 파악한 뒤 1·2군 경기 무기한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나카타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았다. 폭행사건은 요코하마 야구장에서 일본이 한국을 5대 2로 이겨 결승으로 직행했던 올림픽 준결승 당일에 발생했다. ‘야구의 나라’ 일본에서 한일전 승리로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 동안 나카타는 동료와 주먹다짐을 벌인 셈이다.
나카타는 2009년 1군에서 데뷔한 뒤 3차례(2014·2016·2020년) 퍼시픽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올해 전반기 39경기에서 4홈런 13타점 타율 0.193으로 부진했고, 올림픽 국가대표로도 차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활약했던 나카타는 일본 타선의 중심으로 평가됐던 선수다.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일본 야구는 13일 재개되는 프로 리그로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려 했지만, 나카타의 폭행사건으로 악재를 맞았다. 일본 스포츠지 산케이스포츠는 “나카타가 올림픽 금메달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카와무라 고지 니폰햄 구단 사장 겸 구단주 대행은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 구단의 핵심 선수로 모범이 돼야 할 나카타가 신뢰를 손상시켰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과했다.
한국 상황은 일본보다 처참하다. 한국 야구는 지난달 NC 다이노스를 포함한 일부 선수들이 방역 지침을 위반하고 호텔에서 외부인과 술을 마셔 징계를 받고 올림픽을 출발했다. 하지만 6개국 중 4위에 머물러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과 일부 선수들은 승리에 연연하지 않는 언행과 태도로 비판을 받았다.
논란은 지난 10일 프로야구 KBO리그가 재개된 뒤에도 계속됐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송우현은 음주운전으로, KIA 타이거즈 외국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는 대마초 성분 전자담배를 구입해 각각 팀에서 퇴출됐다. 두산 베어스 선수 1명은 도핑 검사에서 약물이 검출돼 소명한 뒤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