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실제 수술실 CCTV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민간 병원의 의료진과 이용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환자와 보호자 10명 가운데 8명은 수술실 CCTV 녹화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의료진도 막상 해보니 위축감이 점차 줄고 신뢰 회복의 좋은 계기가 된 걸로 인식했다.
아울러 수술 보조 행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법·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힘찬병원은 지난 6월 21일~7월 31일 경기도 부평과 서울 목동, 강북 지점 병원의 의사 33명을 비롯한 의료진(수술실·마취과 간호사) 147명, 수술 환자 및 보호자 10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힘찬병원은 지난 6월 부평점과 목동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했으며 7월부터는 강북점과 창원점으로 확대해 4개 지점의 모든 수술실(총 25실)에 CCTV를 전면 설치해 운영중이다.
조사 결과(일부 복수 응답)에 따르면 수술실 CCTV를 실제로 설치·운영 해보니 의료진과 환자·의료진 모두 ‘상호 신뢰’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의료진의 경우 ‘환자와 보호자 반응이 좋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생각한다’는 의견이 39.5%로 가장 높았고 뒤를 이어 ‘처음에는 의식이 되고 위축됐지만 차츰 괜찮아졌다’(36.1%)고 답했다. ‘CCTV 때문에 위축돼 집중도가 떨어졌다’(17%)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조사 전 찬성 49.7%, 반대 48.3%, 무응답 2%로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의료진의 입장이 시행 후 다소 우호적·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환자·보호자는 ‘수술실 CCTV 녹화’와 ‘실시간 시청’에 대해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수술실 CCTV 녹화에는 80.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매우 만족-26.7%, 만족-53.5%).
CCTV 녹화에 동의한 이유에 대해서는 ‘녹화 하는 것 자체 만으로 믿음이 가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잇따른 대리수술 의혹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37.6%), ‘혹시 모를 의료분쟁에 대비하기 위해’(7.9%)라는 답이 뒤를 이었다.
환자의 수술 과정을 보호자가 실시간 시청할 수 있는 부분도 응답자(실시간 시청 보호자)의 80.4%가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매우 만족-26.8%, 만족-53.6%).
수술 과정 실시간 시청을 신청하면 보호자는 별도 지정된 개별공간에서 환자의 수술 장면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보호자가 수술과정 실시간 시청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수술장면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안심이 될 것 같아서’(69.6%), ‘대리수술 여부 등 문제점이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39.3%),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불안함을 덜 수 있어서’(3.7.5%) 등 순으로 답했다.
다만 관련 법·제도 개선의 필요성이나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의료진의 경우 CCTV 설치·운영과 관련해 향후 바라는 점에 대해 ‘수술 보조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제도적 보완 필요’(60.5%), ‘의료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 CCTV가 불필요하기를 희망’(48.3%), ‘CCTV 설치를 의무보다는 개별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야 한다’(18.4%)고 답했다.
반면 환자·보호자는 ‘수술실 CCTV 녹화와 관련해 걱정스러운 점이 특별히 없다’(75.2%)는 입장이 대다수지만 ‘신체 노출에 대한 녹화’(17.8%), ‘영상노출 등 보안 문제’(12.9%) 등에 대해서는 걱정스럽다고 응답했다.
강북힘찬병원 이광원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이번 조사에 대해 “최근 연이은 대리수술 논란으로 추락한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결단하게 되었지만 의료진이 CCTV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인 불편함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시행 전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의료진이 수술 현장에서 위축되는 부분이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간 신뢰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