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 대해 “어설픈 법안”이라며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훼손하는 독소 조항들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에 ‘반복적인 허위 보도 등 일정한 경우에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을 추정한다’는 대목이 권력형 비리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막는다고 우려했다.
또 ‘최대 손해배상액을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의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에서 5배까지 가능하게 한 것’도 과잉금지 등 헌법상 원칙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젊은 기자들이 권력을 비판하려면 수십억원의 배상책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권력자에게만 편한 법안”이라며 “언론 보도와 정정 보도의 시간과 분량을 획일적으로 동일하게 정한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언론중재위원회 사무처에 전담 인력을 두거나 업무위탁 계약을 맺어 정정 보도청구 등을 신속 이행하는지 감시하겠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결국 국민 세금을 들여 모든 기사를 실시간 감시하겠다는 뜻”이라며 “독재정권 때나 있던 기사 검열로 변질되거나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여권 인사, 권력자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왔을 때 이를 ‘악의적 오보’라고 강변하면서 ‘열람 제한’ ‘정정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신청하고, 친여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중재위원이 ‘이권 카르텔’에 편승해 편파적으로 결정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언론 자유는 급격히 후퇴할 것”이라며 “청와대·여당 등의 권력자가 정부가 지분이나 영향력을 갖는 언론의 인사(人事), 편집권·보도권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언론 개혁의 핵심이다. 이를 감시할 독립적 전담기구를 만들거나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여당이 ‘임대차 3법’을 독자 추진할 때도 ‘세계 최초의 법률적 시도’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180석의 거대 여당이 제대로 된 토론이나 검토 없이 법을 개정했을 때 입법 의도와 정반대의 결과가 초래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며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언론의 자유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또다시 여당 단독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인가. 국회, 특히 여당에서는 시간에 쫓기지 말고 이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토의를 거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