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딸을 집에 혼자 방치해 숨지게 한 30대 엄마가 119 신고 당시 집에 보일러가 고온으로 켜져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집에서 보일러가 켜졌던 정황은 나오지 않아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
11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및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된 A씨(32·여)는 지난 7일 오후 3시40분쯤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앞서 딸 B양(3)이 숨진 것을 알고도 시신을 방치한 채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 동안 숨어 지내다가 다시 집에 들어와 신고한 것이다.
A씨는 119 신고 당시 “보일러가 ‘고온’으로 올라가 있고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다. 죽은 것 같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아기가 몸이 시뻘게 물도 먹여 보고 에어컨도 켜봤다”면서 “아기 몸에서 벌레가 나온다”라고도 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상황실에서 아이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묻자, “어제”라면서 “외출했다가 왔더니 보일러는 고온으로 집 안이 엄청 뜨겁고 아이는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B양이 폭염과 보일러 가동으로 탈진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가스 사용량까지 조사했다. 하지만 보일러가 켜졌던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119 신고 때 자신의 범행을 감추려고 허위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진술을 번복하는 등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말한 보일러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나머지 119 신고 내용도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최근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딸 B양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집을 나가 외박했고 귀가 후 이미 숨진 딸을 발견했지만,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A씨는 아이 시신을 이불로 덮어둔 채 남자친구 집에서 며칠간 숨어지내다가 지난 7일 집에 다시 돌아와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와 사체유기죄를 적용할지 검토하는 한편 B양의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