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불안 최고조… 정부는 “현 방역으론 차단 어렵다”

입력 2021-08-11 18:02
수능이 100일 남은 10일 서울 노원구민체육센터 백신접종센터에서 고3 수험생들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천막 밑에서 접종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사상 처음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국민의 감염 불안도 최고조에 달했다. 역대 최다 확진자가 나온 서울과 경기도는 더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확진자 2000명’이 현실화되면서 정부의 추가 방역조치에 대한 고민 역시 깊어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223명 늘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내 발병(지난해 1월 20일) 이후 568일 만으로 2000명대 확진자가 나온 건 처음이다. 더 큰 우려는 정부가 아직 정점이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유행을 적절히 통제할 경우 8월 말 600명대까지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으나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이달 말에 확진자가 600명 이하가 되는 것은 유행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유행 억제에)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한 달여 이어지고 있는 거리두기 4단계는 효과가 미미하다. 델타형(인도) 변이 확산과 여름 휴가철이 겹치며 무력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수도권은 완만하게 감소하는 추이를 2~3주 동안 보이고 있다가 지난 주말부터 다시 유행이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추가 방역조치를 고민 중이다.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방역조치로 확산세를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방역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 환자를 줄이기 위한 추가 조치 중 시행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는 우려가 크다. 지난달 중순 방역 당국은 이미 “8월 중순 2000명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뾰족한 추가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전의 거리두기 체계에서 시행했던 것처럼 집합금지시설을 확대하고, 매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등 극단적 조치를 짧게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해 하고 있다. 서울대 코로나19 보건대학원 기획연구단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9일~지난 2일 시행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3차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위험에서 한국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65.3%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위험의 사회적 통제가 가능하지 않다’는 응답도 61.2%나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일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한 것을 우려하면서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성공적인 방역의 주인공인 국민들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최예슬 박세환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