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훈련에 훈수 두는 중국…“남북은 같은 민족, 서로 노력해야”

입력 2021-08-11 17:34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중수교 29주년 기념 양국 전문가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둘러싼 남북 갈등 국면에서 북한을 두둔하며 한국에 훈수 두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해온 훈련에 대해 중국 정부가 반복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내정 간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11일 한·미 연합훈련 시작 후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서로 같은 민족인데 좋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한·중 수교 29주년 기념 전문가 포럼에 참석해 “복잡한 시기에 서로 노력해 한반도 평화와 화해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표현 수위를 조절하긴 했지만 결국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 평화에 방해가 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싱 대사 축사 몇 시간 전 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명의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 행위로 답한 대가를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관영 매체도 가세했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양시위 연구원은 전날 환구시보의 SNS 계정에 실린 인터뷰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가 다소 완화될 조짐이 나타났는데 한·미 군사훈련이 모처럼 조성된 화해 분위기를 깼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한·미동맹을 확대하거나 지역 안보의 기둥에 포함시키려 한다”며 “우리가 한·미 연합훈련을 단호히 반대해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중국에선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발언을 신호탄 삼아 한·미 연합훈련 반대론이 분출하고 있다. 왕 부장은 지난 6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현 상황에서 건설적이지 않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면 긴장으로 이어질 어떠한 조치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또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다”며 “유엔 대북 제재를 완화해 협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협의체다.

중국은 2017년 12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397호를 내세워 제재 해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강조하는 조항은 ‘안보리는 북한의 준수 여부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강화, 수정, 중단 또는 해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명시한 28항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만큼 안보리가 가역 조항을 발동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