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교류국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를 받고 있는 청주 활동가들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변은 국보법 폐지를 주장하며 국보법 위반 사건 변론을 적극적으로 맡아왔던 단체다. 민변 측은 “변론 요청이 들어와 회원들에게 전달했지만 지원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1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를 결성한 청주 활동가들은 지난 5월 국가정보원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의 강제 수사가 시작되자 민변에 공익 변론을 요청했다. 민변도 관련 소식을 회원들에게 안내했지만 지원자가 없어서 변호사를 연결해주지 못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변 충청권 지부 소속 변호사들도 모두 변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 활동가들은 한때 간첩 사건 변론을 자주 맡았던 민변 소속의 A변호사를 개별적으로 접촉하기도 했다. 국보법 위반 혐의로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손모씨의 부인 김모씨는 지난달 지역 활동가들에게 “우리 사건을 민변 소속 변호사가 맡기로 했다”고 언급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일 당시 A변호사에게 피의자 출석요구와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검찰은 A변호사에 대해 ‘사건 수임 예정’이라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하지만 A변호사도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사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변과 함께 국보법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정원으로부터 부당하게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우리가 관여할 수도 있겠지만 평소 이들의 활동에 비추어 볼 때 공익적인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국보법 폐지 관련 단체 내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주 활동가들은 민변의 변론 거부에 대해 지난달 “국가보안법 사건은 무조건 공익변론 지원한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 사교집단으로 전락한 민변의 해체를 요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2일 구속된 활동가 3명에 대한 구속 기간은 지난 10일 한 차례 연장됐다. 국정원과 경찰이 청주에서 구속된 활동가들을 조사하고 있지만 이들은 혐의를 부인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또 유일하게 구속영장이 기각된 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형민 김판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