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이 마지막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상 첫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 더 이상의 희생은 감내하기 어렵다는 노조와 아직 채권단 관리 체제에 있어 시기상조라는 사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파업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HMM 사측과 해상노조(선원 노조)는 11일 오후 임단협 4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양측 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교섭이 최종 결렬됐다. 5.5% 임금인상 및 격려금 100% 지급을 주장한 사측과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주장하는 노조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것이다. 전정근 해상노조위원장은 “사측이 0.1%만이라도 임금인상률을 높이려고 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며 “사측은 입장 변화가 없었고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임단협 교섭이 결렬됨에 따라 해상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30일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육상노조(사무직 노조) 일정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조정회의 일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육상노조는 오는 13일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하고, 오는 19일까지 중노위 조정에 실패하면 조합원 찬반 투표로 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HMM 육·해상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1976년 창립 이래 첫 파업이 된다. 전 위원장은 “작년에도 직원들이 양보했는데 이번에 물러서면 희망이 없다”며 “조합원들이 ‘다 버리고 (배에서) 내리겠다’고 하고 있어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6~8년간 임금을 동결해온 만큼 두 자릿수의 임금인상을 통한 임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5조원대의 영업이익 등 최대실적이 전망되고 있으니 적절한 시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이 HMM에 투입된 상황이고, 아직 채권단 관리 하에 있기 때문에 두 자릿수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MM의 상황이 점차 파업에 가까워지면서 중소 수출기업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4225.86을 기록하며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수출기업이 자주 이용하는 미주 서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5555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미주 동안 운임은 2주 연속 1FEU당 1만 달러를 넘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나빠지면서 미국 서부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항만 적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기준 항만 내에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의 비중은 31.9%로 직전 주보다 4%포인트 늘었다. 그런데다 해운 물류 성수기인 3분기에 들어서며 물동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HMM이 파업으로 멈춰 선다면 국내 중소 수출기업들은 선복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