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 도심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불참했다. 양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방역 책임을 전가한다”며 비판했다. 경찰은 양 위원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양 위원장은 심사가 예정됐던 1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법원에 출석해 영장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게 더욱 절박하다”며 “정부의 방역 책임 전가, 민주주의의 훼손, 노동자 문제의 외면을 방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의자인 양 위원장과 변호인 모두 심사에 불출석하면서 서울중앙지법은 심사를 연기했다.
경찰은 향후 구속영장 발부 시 양 위원장 신병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에 대비해 양 위원장의 사무실을 지킬 계획이어서 경찰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경찰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강제 진압하는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서발 KTX 민영화 반대 관련 민주노총 총파업 당시 경찰은 김명환 전 위원장 등을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건물 진입을 시도해 충돌이 빚어졌다.
양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노동계는 격앙된 표정이다. 생존권 위협을 알리기 위한 집회를 중대범죄로 여기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가능성이 낮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려는 건 공권력 남용이라는 주장이다. 노동계 반발은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중 확진자가 나온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하면서 비롯됐다. 감염 경로가 규명되지 않았는데 ‘민주노총 책임론’을 앞세워 4차 대유행의 책임을 노동계에 전가했다는 이유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 20일 110만명이 참가하는 총파업 준비에 매진할 계획도 밝혔다. 양 위원장은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집회가 하반기 파업을 위한 전초전이었는지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며 “쉽지 않은 길이 예측되지만 총파업 투쟁은 차질 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가 예고한 광복절 대규모 집회에 대해 “강행 시 사법처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