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제주관광진흥기금 ‘바닥’

입력 2021-08-11 16:48 수정 2021-08-11 17:10

코로나19 장기화로 제주지역 카지노업계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카지노 매출액을 주요 재원으로 조성되는 제주관광진흥기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영세 관광사업체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제주도가 고심하고 있다.

1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관광진흥기금 수입은 2019년 598억원에서 지난해 28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관광진흥기금은 90% 이상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1~10%)과 출국 납부금 등으로 조성된다.

주요 재원인 카지노 납부금이 2019년 471억원에서 지난해 151억원으로 70% 가까이 급감했고, 제주도가 카지노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1년 상환을 유예하면서 지난해엔 1개 카지노가 납부한 2억원만 기금 수입으로 잡혔다.

카지노 납부금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코로나19로 지난해 2월 무사증제도가 일시 정지돼 도내 외국인 카지노 8곳이 줄줄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한 달 간 11만1927명에 달하던 제주 외국인 입도객은 법무부가 제주 무사증 제도를 일시 정지한 지난해 2월 2만9229명으로 줄었고, 올 2월에는 3056명으로 2년 새 97%나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관광진흥기금이 필요한 곳은 더 늘고 있다.

올해의 경우 관광진흥기금 수입액은 지난해 상환을 유예한 카지노 납부액의 일부와 보세판매장 특허수수료, 출국납부금 등 총 2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올해 관광진흥기금 지출액은 융자 지원에 따른 이자 차액 보전금과 영세관광업체 사업비 보조액을 합쳐 427억원으로 수입을 2배나 초과한 상태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난 4월 이후 내국인 관광객 규모는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여행사, 전세버스 업계를 비롯해 면세점, 카지노 등 외국인 관광 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말 결산을 끝낸 이후 제주관광진흥기금 누적 적립액은 100억원 남짓이 될 것으로 추계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카지노 매출액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

제주도가 지난 6월 정부 2차 추경에 관광진흥기금 200억원 지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제주도 관광정책팀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국가 재난 상황임을 감안해 제주특별법을 근거로 정부에 출연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정부는 문체부가 관리하는 관광진흥개발기금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계속해 정부를 설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