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11일 전남방직 내 김용주 동상 인근(임동 95-3)에서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에 대한 단죄문 제막식을 가졌다. 김씨는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의 아버지다. 시의 일제잔재 단죄문 설치는 지난 2019년 지자체 최초로 시작됐다.
이날 제막식에서는 특별한 국민의례가 치러졌다. 평소 귀에 익은 애국가 대신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군이 항일 무장 투쟁을 하며 부른 옛 ‘애국가’를 참석자들이 공연단체인 ‘꿈꾸는 예술단’과 함께 제창했다.
단죄문에는 김용주의 친일반민족행위 내용과 함께 ‘3·1운동 102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92주년을 맞이해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용주 단죄문을 설치한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김용주(1905~1985)는 경상북도 도회의원,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일제 찬양과 황국신민화 정책을 선전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인물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아버지인 그는 부산상고를 졸업한 뒤 20대 때 포항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다가 해방을 전후한 1945년 적산기업인 조선우선주식회사의 관리인으로 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제가 운영하던 이 회사를 직접 불하받아 대한선주(훗날 한진해운에 인수)로 개명했다. 6·25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1월에는 일제강점기 4대 방직회사로 꼽히던 적산기업 가네보방직 광주공장을 미군정 통역관 출신의 김형남과 함께 불하받아 일신방직과 전남방직으로 분리해 운영했다. 아들인 김무성 전 대표는 전 의원은 선친의 친일 행적을 그동안 적극적으로 부인해왔다.
광주시는 그동안 태스크포스 협의, 전문기관 용역을 거쳐 친일잔재조사TF를 운영해왔다. 이를 통해 친일인물의 행적을 찬양한 동상, 비석, 누정현판, 군사·통치시설 등 다수의 일제 잔재물을 확인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2019년 3곳 8개, 2020년 6곳 21개의 일제 잔재물 인근에 단죄문을 설치하고 있다.
올해는 이날 제막된 가네보방적 및 전방·일신방직 내 김용주 동상을 포함해 광주향교비각중건기, 학동 서정주비문, ㈜전남도시제사 굴뚝, 광주경찰서 옛터, 사월산 지하동굴(3개) 등 6곳에 단죄문‧안내판을 설치하게 된다.
단죄문은 친일 인사의 행적을 검증된 기록으로 적시하고, 일제 잔재 시설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후손들에게 남기기 위한 것이다.
제막식에 참석한 조인철 광주 문화경제부시장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2주년을 맞아 식민통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친일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죄문>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 가네보방적과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용주
전방·일신방직은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산업시설 가네보방적(鐘淵紡績)이다.
일본인 가네보가 1930년 8월 학동(현 삼익 평화맨션)에 제사 공장을 세운 후, 1935년에 임동(현 전방과 일신방직)에 방적회사를 설립하였다. 이곳에서 약 2500여 명의 여공들이 근무하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의 노동착취를 당하였다.
1951년, 미군정 통역관이었던 김형남과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용주가 불하받았다. 김형남이 경영을, 김용주가 대외 활동을 전담하는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였다.
*김용주(1905~1985) 경남 함양 출신으로 경상북도 도회의원,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 등을 역임하면서 일제 찬양과 황국신민화 정책을 선전, 친일반민족행위를 하였다.
1942년 2월 경북 영일군이 태평양전쟁 발발 2달 만에 8대의 군용기를 헌납할 당시 김용주는 이 지역 경북 도회 의원 및 조선임전보국단 상임이사와 사업부장이었다.
1944년 ‘징병제 시행 감사 적(敵) 미영격멸 결의선양 전선(全朝鮮)공직자대회’에 참석하여 ‘징병독려’, ‘황국신민이 되기 위한 5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연설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하였다.
1944년 아사히신문에 ‘결전은 하늘이다! 보내자 비행기를!’이라는 제목의 비행기 헌납 광고를 실명으로 실었다.
3·1운동 102주년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 92주년을 맞이하여,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일제 식민통치 잔재물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용주’의 ‘단죄문(斷罪文)’을 설치한다.
2021. 8. 11.
광주광역시장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