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 충북동지회’ 구성원들은 사건이 알려진 후 줄곧 수사 내용은 조작됐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동시에 남북관계 변화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 우리 법원은 북한에 반국가단체 지위를 부여해왔다. 법조계에서도 판문점선언 등으로 바뀐 관계와 최근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만으로는 이를 뒤집는 해석이 나오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번 수사를 진행한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충북동지회를 이적단체로 보고 있다.
11일 충북동지회 사건에서 유일하게 불구속된 손모씨는 국민일보에 “유엔 회원국인 북한은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간 6·15 공동선언과 4·27 판문점선언 등을 거치며 북한은 대화와 협력의 대상으로 변화했다는 취지다. 손씨는 “올 초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며 당면 목적을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발전을 실현하는데 있다’고 명시했다”는 것 또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볼 수 없다는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 됐다는 것만으로 반국가단체 지위를 벗게 되는 건 아니라고 판단해왔다. 2017년 11월 국가보안법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남북 관계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아울러 갖고 있고, 그 때문에 반국가단체를 규율하는 국가보안법의 규범력은 계속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당시에도 피고인이 북한의 유엔 가입여부를 반국가단체로 해석하지 않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에 대화의 상대이자 반국가단체라는 이중적 법적 지위가 주어진 건 헌법 제3조의 영향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이 조항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는데,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북한에도 우리 헌법의 효력이 미친다고 본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체제를 부정하는 북한은 반국가단체라는 해석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결국 남북관계의 변화와는 별개로 북한이 현 체제를 완전히 부인했다는 전제 없이 법원의 해석이 바뀌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등 이후에도 헌재와 대법원은 일관적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해석해왔다”며 “교류협력이 필요하지만 북한에서 적화통일을 위한 노력이 멈추진 않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노동당 규약 개정도 반국가단체성을 부정할 근거가 될 순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장 교수는 “노동당 규약이 헌법도 아닐 뿐더러 어느 정도의 신뢰성을 갖느냐도 문제”라며 “언제든지 바꾸는 것이 가능한 정도의 규약을 근거로 국내법에 근간을 둔 해석을 바꾸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헌법학자인 신평 변호사도 “그간 판례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적시하는 것에 변화가 없었다”며 “규약 자체도 전체를 보면 적화통일의 내용이 그대로 배어있다. 일부 표현이 달라졌다고 해서 실정법 해석에 참고로 할 수 있을 만한 근거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에서 충북동지회는 합법정당인 민중당의 의사결정과정 등을 국가기밀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국정원과 경찰은 이들이 해당 정보를 북한에 보고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손씨는 “이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된 것이므로 국가기밀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역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항변이라고 본다. 대법원이 1997년 판례에서 “기밀이 사소한 것이라도 누설될 경우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될 위험성이 명백하다면 국가기밀에 해당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공개된 내용이라도 북한이 알게 될 경우 한국에 불이익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라면 국가기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설령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장 교수는 “개별적인 정보가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지와 별개로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전제가 성립돼있기 때문에 북한에 정보를 넘겨줬다면 이적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언 박성영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