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발표 때도 변명한 쿠오모…“가장 충격적인 몰락”

입력 2021-08-11 07:13 수정 2021-08-11 11:03

앤드루 쿠오모(63) 미국 뉴욕주지사가 결국 사임하기로 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우군마저 자신의 탄핵을 찬성하는 분위기로 돌아서자 퇴진을 선언한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10일(현지시간) TV 생중계 연설을 통해 “나는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업무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퇴 시점은 14일 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그러나 “이번 조사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만 “정략적 공격에 맞서 싸우면 주정부가 마비될 수 있다”며 “내가 지금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 발짝 물러나 주정부가 통치권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나는 누구와도 선을 넘은 적이 없다. 그러나 선이 어디까지 다시 그려졌는지 깨닫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대적 문화적 변화가 있었지만 나는 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자에 대해서도 “너무 가깝게 생각했다. 불쾌한 마음이 들게 했다”고 말했다. 사과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자신의 행동은 ‘애정 어린 정치 스타일’이었고, ‘동료애를 구축하려는 시도’였다는 기존 입장은 바꾸지 않은 셈이다.

쿠오모 지사는 사퇴 발표를 마치고 3명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여성을 무시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식과 다르게 여성을 대우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나는 실수를 했고, 사과했고, 그로부터 배웠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칼럼에서 “사임 연설 대부분이 변명이었다” “쿠오모 지사가 딸을 방패로 사용했다” 등의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쿠오모 지사의 사임 결정은 참패를 의미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을 잘 대처한 공로로 널리 찬사를 받았던 정치인의 극적인 몰락”이라고 보도했다. “현대 미국 정치에서 가장 충격적인 몰락”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사임 발표 당시 쿠오모 지사는 이미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뉴욕주 의회의 지지를 잃었고, 유권자도 그의 사임을 원했다”고 지적했다. 퀴니피액 대학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뉴욕주 유권자 70%가 그의 사임을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54%는 그가 여러 여성을 성희롱했다고 봤고, 55%는 형사 기소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피해자 중 한 명인 린지 보일런 전 경제고문은 트위터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선 다른 여성들을 경외한다”고 환영했다.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은 “정의를 향한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쿠오모 지사의 남은 임기는 캐시 호컬(62) 부지사가 맡는다. 뉴욕에서 여성 주지사가 탄생한 건 처음이다. 호컬 부지사는 “사임 결정에 동의한다. 올바른 행동이며 뉴욕 주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