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난 한 주 동안 코로나19에 새로 감염된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환자가 9만4000명 가까이 나왔다. 지난 6월 저점보다 11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주간 단위 아동 신규 확진 규모는 지난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의료진들은 델타 변이 급증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장 의료진들 사이에선 델타 변이가 기존과 달리 아동 사이에서도 빠르게 감염을 퍼뜨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동은 백신 접종률도 낮다.
미국소아과학회(AAP)와 아동병원협회(CHA)가 10일(현지시간) 전국에서 취합한 지난주(7월 29~8월 5일) 어린이와 10대 청소년 신규 확진자는 모두 9만3824명으로 집계됐다. 전주(7월 22~29일) 7만1726명보다 2만2098명(30.8%) 늘어난 수치다. 주간 단위 증가율은 지난주가 85.6%로 더 가팔랐지만, 어린이 환자가 느는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어린이와 10대 코로나19 환자는 주간 단위 기준 지난 1월 둘째 주(21만1466명)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였고, 지난 6월 넷째 주 8447명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나 델타 변이가 감염 지배종으로 등극한 뒤에는 어린이 환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주는 6주 전보다 8만5377명이나 많아졌다.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가 어린이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 변종은 어린이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이 분명하다”며 “루이지애나 소아과 중환자실에서 몇 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이 아픈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확진 증가는 개학 시즌과 겹치며 학부들을 불안으로 몰고 있다. 특히 델타 감염 핫스폿 중 하나인 플로리다주에선 어린이 확진도 크게 늘었다.
이 지역 어린이 감염률은 전체의 19%를 넘어섰다. 플로리다주 지역 언론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최신 데이터에 의하면 4세 이하 어린이 입원은 6월 마지막 주 이후 3배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등 마스크 의무에 반대하는 주지사가 있는 곳에선 갈등도 커지고 있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마스크 의무를 부과하는 교육감과 교육위 구성원에 급여를 주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백신 의무를 지지한 레온, 알라추아 카운티 교육감들은 “자녀가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로 맞섰다. 백악관은 이들 학교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텍사스주 내 교육감들도 마스크 의무를 금지한 그레그 애벗 주지사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댈러스 교육부는 “주지사 명령은 교육기관이 직원과 학생을 위해 합리적이고 필요한 안전 규칙을 제정할 권리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이날부터 학생과 직원, 방문자 모두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지시했다. 휴스턴 교육부도 이번 주 교육위에 마스크 착용 의무 명령에 대한 표결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CNN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학교 마스크 착용 의무화 금지로 어린이들을 희생자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MSNBC 방송에 나와 “우리는 지금 중대한 상황에 있다. 개학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대규모 급증을 겪고 있다”며 “교사에게 백신 접종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에서 지난 9일 기준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2만4470명으로 2주 전보다 2.18배 증가했다. 입원 환자는 2주 전보다 1.87배, 사망자는 2.01배 증가했다. CNN은 CDC 데이터 분석 결과 3억2500만 명(98.2%)의 미국인이 코로나19 전염률이 높거나 상당한 카운티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