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뜨겁게 달구는 ‘춤의 향연’

입력 2021-08-11 06:00 수정 2021-08-12 14:01
김보람이 안무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피버(fever)'. 최근 이날치 밴드 및 콜드 플레이와 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주최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에 출연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제공

늦여름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국의 주요 무용단체와 관련기관이 기획한 공연이 8월 하순부터 9월 초 사이에 서울, 수원, 성남에서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단체나 기관들의 공연 스케줄이 예년과 다르게 정해진 덕분에 이례적으로 이맘때 몰리게 됐다. 이날치 밴드 및 콜드 플레이와 협업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비롯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김용걸 댄스 시어터 등 국내에서 인기있는 단체들이나 소속 무용수들은 겹치기 출연이 예정돼 있다.

국립 현대무용단·발레단·무용단의 기획공연

국립현대무용단은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독특한 작품 스타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세 안무가 김보람 김설진 이경은 등 3명의 신작을 동시에 선보인다. ‘HIP合(힙합)’이란 제목답게 현대무용과 스트리트 댄스, 국악이 결합하는 협업 프로젝트다.

이날치 밴드, 콜드 플레이와의 협업으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이끄는 김보람은 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은 ‘춤이나 춤이나’를 보여준다. 댄싱9 시즌2 우승 이후 활발하게 활동해오다 최근 드라마 ‘스위트홈’ ‘빈센조’에 잇따라 출연하며 또다시 주목받은 김설진은 이번에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과 그에 따른 변화에 천착한 ‘등장인물’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경은은 B급들이 만들어낸 A급 세상을 표방하며 자신만의 개성으로 세상의 주인이 되는 개인을 소환한 ‘브레이킹’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28~29일 KNB 무브먼트 시리즈와 9월 4~5일 이브닝 갈라를 올린다. KNB 무브먼트 시리즈는 국립발레단이 2015년부터 단원들의 안무역량 강화를 위해 기획한 공연으로 올해 6회째를 맞이한다. 지난해 5회째에서는 그동안 선보였던 작품들 중에 관객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았던 7개의 작품을 선정해 그동안의 성과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는 다시 단원들의 새로운 안무작을 선보인다. 강효형 김경림 김나연 박나리 박슬기 배민순 신승원 이영철 등 8명이 참가했다.

이브닝 갈라는 국립발레단이 지난 2019년 체코국립발레단과 교류의 일환으로 안무가 이리 킬리안의 작품을 합동공연하면서 기획됐다. 2년 만에 열리는 올해는 킬리안의 ‘잊혀진 땅(Forgotten Land)’과 함께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을 6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국립무용단은 9월 2~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다섯 오’를 선보인다. 2019년 부임한 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으로 지난해 2020-2021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개막작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무대에 오른다. 지구의 환경 문제를 음양오행의 불균형이 초래한 결과라고 본 손 감독은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동양의 오행(五行)과 다섯 원소(목·화·토·금·수)를 상징하는 다섯 처용의 춤인 오방처용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지혜롭게 조화와 균형을 꾀하는 세상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국립무용단의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개막작인 ‘다섯 오’. 2019년 부임한 손인영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으로 지난해 공연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 늦게 무대에 오르게 됐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단원이 전원 출연하는 이 작품은 당초 지난해 초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순연된 만큼 한층 더 깊어진 춤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무용·연극·오페라 등에서 유려한 미장센을 보여주는 정민선이 무대·의상·영상디자인을,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라예송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무용 관련 주요 기관들의 특별공연 및 축제

예술의전당은 13~15일 CJ토월극장에서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을 선보인다. 광복절에 맞춰 관객과 만나는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 부감독 출신으로 창작발레 ‘왕자호동’과 ‘오월바람’을 안무했던 문병남이 독립투사 안중근의 삶을 춤으로 풀어냈다. 2015년 공연예술 창작산실에 선정됐던 이 작품은 초연 당시 완성도 면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예술의전당이 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안무와 음악를 대폭 수정하는 한편 무대세트와 의상까지 새롭게 제작해 완성도를 높였다. 프리랜서 발레리노 윤전일과 유니버설 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이 안중근 역으로, 국립발레단 전·직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박예은이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역으로 출연한다. 이와 함께 20명이 넘는 남녀 무용수들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군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무용계 최초 협동조합인 발레STP협동조합은 20~22일 수원 SK아트리움에서 ‘2021 수원발레축제’를 연다. 올해로 7회를 맞이한 수원발레축제는 유니버설 발레단, 와이즈 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SEO(서)발레단, 이원국발레단, 김옥련발레단 등 6개 민간발레단으로 이뤄진 발레STP협동조합이 발레의 대중화를 위해 시작했다.

올해는 협동조합 소속 6개의 민간 발레단 외에 세종시티발레단, 김용걸댄스시어터, 부산발레시어터,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정형일 발레크리에이티브, 아이엠 발레시어터 등의 단체와 서울예고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참여한다.

한국 무용계의 원로 김매자가 이끄는 창무국제공연예술제가 25~29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매자가 설립한 창무예술원이 1993년 창무국제무용제로 시작했으며 2016년 창무국제공연예술제 명칭을 바꿨다. 올해 예술제의 주제는 ‘세상의 너비, 시간의 깊이’다. 코로나19 등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엄중한 현실을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담겠다는 뜻이다.

공연은 올해 신설된 경연 프로그램인 ‘창무 드림 프라이즈’ 참가작 6개와 초청 프로그램 7개 등 모두 13개다. 혁신적인 무용 작품 발굴을 위해 마련된 창무 드림 프라이즈에는 무브포켓프로젝트, 탄츠테아터원스 무용단, 29동 등이 참가한다. 최우수 작품에는 상금 1000만 원을 준다. 초청 단체로는 서울교방,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 이정인크리에이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안무가 이정윤 예술감독이 이끄는 부산시립무용단의 '운무(雲霧)’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주최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에 참여한다. 부산시립무용단 제공

무용예술인의 직업 전환과 복지 향상을 위해 설립된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매년 무용인 한마음축제를 열고 있다. 무용 장르의 대중화와 무용 공연을 통한 예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개최되는 무용인 한마음축제는 2019년부터 개최 장소를 서울에서 지역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성남아트센터와 손잡고 ‘2021 무용인 한마음축제 in 성남’을 9월 1일 개최한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무용 장르를 망라한 갈라 공연으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에는 국내 최정상급 무용가와 무용단체 7개 팀이 출동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비롯해 LDP 무용단, 부산시립무용단, 김설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김용걸 댄스 시어터가 나선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용음성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리어 프리(무장애) 공연으로 진행된다. 음성해설사로는 현대무용단 고블린파티의 안무가 겸 무용수 이경구와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 등이 참여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