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국내 첫 임상 3상… 내년 ‘우리 백신’ 확보 기대

입력 2021-08-10 18:06


정부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 국내 최초로 임상 3상을 허가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국산 백신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산 1호 백신이 탄생해 상용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국내 임상시험이 신속하게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방위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7개사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식약처는 “이번 임상 승인은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 돌입해 국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합성항원(재조합) 백신’이다. 노바백스 백신과 같은 방식이다. 합성항원 백신은 오랫동안 백신 개발에 사용된 방식이며 mRNA백신보다 보관이 용이하다.

임상 3상은 대조군 시험이 아닌 비교임상 시험으로 진행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비교해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인 ‘중화항체가’, 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혈청반응률’을 확인하게 된다.

전체 시험 대상자는 18세 이상 성인 3990명이다. 시험백신(GBP510)은 3000명, 대조백신(AZ 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 효과를 비교한다. 시험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수행될 예정이다.

앞서 만 19세 이상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 1상 중간분석에서 이 백신의 모든 접종자에게서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완치자보다 5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백신 접종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피로, 근육통 외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연내에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도 수행할 방침이다. 내년 1분기에는 임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후 상반기 안으로 백신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백신은 국제 백신공동구매기구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전세계에도 공급될 전망이다.

다만 비교임상 방식이 국제사회에서 얼마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원래 백신 임상은 수만명의 시험 대상자에게 시험백신과 가짜 약(위약)을 투여해 시험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위약 대조군을 모집하기 어려웠다. 현재 쓰이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중 비교임상으로 개발된 사례는 없다. 식약처 실무진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비교임상의 필요성과 유효성에 대해서 피력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