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김여정 담화에 “北 기존 입장”…‘로키’로 북한 설득할 듯

입력 2021-08-10 17:00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국민일보 DB

청와대는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판 담화에 대해 “북한이 한·미 훈련 관련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매년 한·미 훈련을 전후해 비판 성명을 내왔기 때문에 이 정도 수위의 반발은 예상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는 북한이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에 비유하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담화에선 비교적 정제된 표현을 썼다는 점을 중시하면서 남북 대화의 판은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부부장은 지난 1일에도 한·미 훈련 관련 담화를 냈다. 이번 담화는 그것에 이은 입장 표명”이라며 “북한의 담화 의도나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통신연결선 복구로 재개된 남북 대화 기류를 이어가기 위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언급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회의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담화 발표 이후 북한의 특이 움직임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부부장이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는 했지만, 북한 역시 파국을 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우리 군과 미국을 비판했지만 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복수의 우리 정부 관계자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청와대는 한·미 훈련 종료 때까지 ‘로키(low-key)’ 모드를 유지하며 물밑에서 북한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