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주한미군 철수’까지 꺼냈다…저강도 도발 가능성

입력 2021-08-10 16:25 수정 2021-08-10 17:49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한·미 연합훈련 사전훈련 개시일인 10일 담화를 내고 한·미 훈련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또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2018년 이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던 주한미군 철수까지 꺼내 들었다. 북한은 당장 이날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의 마감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해 도발 카드를 선택할 경우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동시에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처음으로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히면서 이번 담화 내용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동생 김 부부장의 입을 통해 문재인정부에 배신감을 표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연습의 규모가 어떠하든,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든 우리에 대한 선제 타격을 골자로 하는 전쟁 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는 데 이번 합동군사연습의 침략적 성격이 있다”고 규정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미국 정부가 내세운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도 위선에 불과하다”며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김 부부장이 맞대응을 경고하면서 북한이 어떤 도발 카드를 선택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로선 저강도 도발을 취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일단, 남북 통신선을 다시 차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담화가 발표된 이날 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의 오전 개시통화는 정상적으로 개통됐지만 오후 마감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통일부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직접 겨냥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이를 ‘레드라인’은 넘지 않는 도발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카드는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더 우세하다.

김 부부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다시 꺼내든 대목은 예사롭지 않다. 그는 “조선반도에 평화가 깃들자면 미국이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한·미동맹 해체를 의미해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 결국 북한이 핵 보유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