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북 포항에서 술에 취한 50대 승객이 택시 기사를 폭행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A씨(53)가 운행 중인 택시에서 기사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가해 운전자 B씨가 정신을 잃고 핸들을 놓치면서 차량이 전도되고 부상을 당했다.
지난달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 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각각 기소된 남성 2명에 대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1형사부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했다.
택시·버스 기사 폭행은 특가법이 적용돼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단순 폭행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최근 택시 기사에 대한 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포항시는 운행 중인 모든 택시에 격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시는 10일 포항종합운동장에서 안심 택시 발대식을 하고 택시 400여대에 격벽을 설치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임성규 개인택시 포항시 지부장, 정재균 법인택시 대표자 협의회장과 운전기사 등이 참석했다.
시는 구입·설치비용 3억9000만원을 지원해 법인택시 895대, 개인택시 1874대 등 총 2769대 모두 격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격벽 설치는 15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택시 격벽은 운전자와 승객 간의 공간을 분리하기 위해 운전석 뒷면을 막도록 투명 재질로 제작·설치됐다. 예산이 확보되면 운전석 측면에도 격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택시 격벽 설치에 택시 기사는 물론 이용자들도 크게 반기고 있다. 만취 승객 등에 의한 폭력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고 코로나19 감염 차단 효과를 기대한다.
안심 택시 발대식에 참석한 기사들은 최근 폭력으로부터 취약한 여성과 회사를 퇴직한 60대 이상의 기사들이 늘고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30여년 택시를 몰고 있는 오자훈씨는 “격벽이 설치되면 기사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라며 “운전석 옆에도 격벽이 설치되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이모(57·포항시 남구 효자동)씨는 “외국 영화에서나 보던 격벽이 설치되면 운전자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에서는 택시 기사 보호를 위한 격벽이 대부분 설치돼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택시 격벽 설치를 계기로 코로나19로 위축된 택시 업계의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며 “운전자와 시민·관광객에게 안전한 택시 이용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