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시간도 못 쉬었다…압구정 현대 경비원들 승소 확정

입력 2021-08-10 13:33
국민일보DB

휴식시간에도 일을 해 그에 따른 임금을 달라며 입주민을 상대로 소송을 낸 압구정현대아파트 전 경비원들이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퇴직경비원 A씨 등 30명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파기자판을 통해 원고 일부 승소한 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판결을 파기하되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말한다. 파기 취지가 원심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 내려진다.

압구정현대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씨 등은 2018년 2월 “휴게시간으로 규정된 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며 휴게시간과 매달 2시간씩 받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근무로 간주해 임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맺은 단체협약에서는 점심·저녁·야간 휴식 등 총 6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A씨 등은 휴게시간 등에도 수시로 무전 지시를 받으면서 택배 보관,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차 관리 업무 등의 근무를 했다며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경비원들이 휴게시간에도 일한 사실이 일부 인정되지만, 그 빈도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휴게시간이 실질적인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주장과 법정교육 중 일부(매월 20분)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약 14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반면 2심은 A씨 등이 휴게시간에도 사실상 일을 한 것으로 봤다. 입주민들이 사실상 경비원들에게 24시간 동안 민원 해결을 요청했고 쉬고 있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다. 경비원들이 쉬던 초소는 1평 남짓으로 비좁았고 에어컨·냉장고·변기·세면대 등 시설이 없어 휴식 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A씨 등 경비원들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지휘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던 점 등도 판단의 이유가 됏다.

대법원도 경비원들의 휴식 및 교육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한 2심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대법원은 연 20%로 산정한 지연이자율에 대해 “지급이 지연되고 있는 임금의 존부를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사유가 존속하는 기간에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지연이자율 20%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20%가 아닌 연 5%의 지연이자율만 적용하고, 원심 선고일 이후부터 연 20%의 지연이자율을 적용할 것을 선고했다.

한편 압구정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140여명의 경비원을 부당해고했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은 아직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2심은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