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 부모들이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어가며 호소해 만든 서울서진학교가 올해 서울시건축상 대상에 선정됐다.
서울시는 제39회 서울시 건축상 대상으로 서울서진학교를 선정하는 등 총 12작품을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시민이 직접 뽑는 시민공감특별상에는 ‘레시오 빌딩 트리폴리’ 등 3작품이 선정됐고 시공이 우수한 건축물 1점에 대해 수상하는 건축명장은 연세대학교 법인본부가 뽑혔다.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서울서진학교는 공공적 기여, 건축적 혁신, 사회적 책임과 인문학적 가치 등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초등학교 건물 일부를 리모델링하고 증축해야 하는 제한된 조건 내에서도 특수학교로서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잘 수용했으며 적은 공사비와 교육청의 학교 시설 공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일반 공공학교와 비교할 때 월등하게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만들어 낸 건축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심사위원회는 밝혔다. 서울서진학교는 유종수, ㈜코어건축사사무소가 설계했다.
위원회는 무엇보다 서진학교가 갖는 사회적 의미의 무게감으로도 대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데 동의했다. 지난해 2월 개교한 서울서진학교는 지적장애 특수학교로 계획됐다. 초등학교에서 중·고교, 전공과 학생까지 발달 장애와 성장 정도가 다른 모든 학생들을 담기 위해 보편적이고 편리하게 설계하고, 다양한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자 했다.
서진학교는 2013년 11월 25일 교육청이 처음 설립을 예고한 뒤 2277일(6년 2개월) 만에 개교했다. 학교 하나를 세우는데 보통 3년 정도 걸리는데 두 배 넘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당초 서진학교는 2016년 3월 개교할 예정이었으나 주민의 반대가 극심했다. 이에 교육청도 대체부지를 알아보는 등 갈팡질팡하면서 추진이 더뎌졌다. 여기에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이 서진학교 터에 국립한방병원을 짓겠다고 공약하면서 서진학교 설립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반대 여론을 잠재운 이들은 장애학생 부모였다. 2017년 9월 주민설명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서진학교 설립을 호소했고 이 모습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서진학교 설립 지지 여론이 높아졌고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에 합의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