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한 재활병원에서 6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A씨(33)가 자신의 아버지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사지가 마비됐다고 호소했다.
아버지의 백신 예약을 직접 해드렸다는 A씨는 “의료진으로서 지난 3월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나는) 특별한 부작용 없이 지나갔고 아버지께도 안심하고 맞으셔도 된다며 예약까지 해드렸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9일 머니투데이에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 B씨(61)는 지난 6월 7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1차 접종했다. 그러나 접종 열흘 뒤인 6월 17일부터 발바닥에서 점차 마비 증세가 시작됐다. 다음 날 저녁부터는 하반신 감각이 점점 없어졌고 이틀 후에는 걷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6월 19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전체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었지만 이상 소견은 발견하지 못했다.
A씨는 “AZ나 얀센 백신은 접종 초반 혈전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병원에서도 혈전을 의심했던 것 같다”며 “CT를 찍어도 몸 안 피덩어리를 바로 발견할 수는 없었고 병원에서는 진단명이 나오지 않아 입원도 안 된다고 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B씨는 백신 접종 약 2주 뒤인 지난 6월 20일 얼굴까지 마비됐다. 자가 호흡도 힘들어져 결국 119에 전화해 대학병원 응급실을 다시 찾아야 했다. B씨는 그제야 감염 등으로 몸 안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병인 ‘길랭바레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B씨는 ‘근거 자료 불충분’으로 백신 부작용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유럽의약품청(EMA) 등 해외에서는 AZ와 얀센 백신 접종 후 신경 이상이 나타난 희귀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아버지에게 마비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신문 기사를 모두 스크랩했다고 한다.
그는 “AZ나 얀센에서 길랭바레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기사가 많았다”며 “당연히 부작용 판정이 날 줄 알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길랭바레증후군이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되는 사례도 있는데 이슈화가 안되니 국가가 인정을 안 해주나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B씨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중증환자로 분류돼 판정과 관계없이 1000만원 지원금이 나왔다. 그러나 가족들은 1회성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A씨는 “길랑바레로 마비 증세가 6개월 넘게 지속되면 장애진단을 받아 지원이 된다”며 “현재로서는 장애진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아버지가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막연함과 제 손으로 예약해드렸다는 후회까지 뒤섞여 힘들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길랭바레증후군’의 백신 부작용 인정을 촉구하는 청원글을 게재했다. 해당 청원은 사전동의 100명이 넘어 현재 관리자가 검토 중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