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최근 저녁 장사를 접었다. 코로나19로 오후 6시 이후엔 사실상 손님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 배달 또한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음 같지 않은 배달 서비스에 손님들 불만이 차츰 쌓이는 걸 겪으면서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배달로 생긴 문제를 가게가 감당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며 “이렇게 (배달 장사를) 해서 남는 것도 별로 없는데 길게 봤을 때 별점테러 같은 리스크를 안고 가지 않는 게 낫다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무더위가 겹치면서 배달 시장이 어느 때보다 바쁘다. 수요는 폭발하고 있는데 라이더(배달원) 규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은 거리두기 4단계 적용으로 오후 6시 이후 외식도 어려워지면서 ‘라이더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고, 더불어 불만과 문제점도 늘고 있다.
김씨는 단건 배달 부작용을 언급했다. 그는 “단건 배달이 손님의 기대치를 높여 놨는데, 점심 저녁 피크 시간에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손님들이 빠른 배달을 체감하지 못하고 그 불만을 가게에 터뜨리는 식”이라고 말했다.
단건 배달 경쟁은 라이더 기근을 심화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단건 배달은 라이더가 한 건의 주문에 대해서만 배달하는 서비스다. 여러 장소를 거치지 않으니 배달 시간을 줄여준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라이더가 부족해지면서 장점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 일이 생겨났다.
김씨는 “배달 지연으로 골치를 겪는 사장님들이 한 둘이 아니다. 단건 배달이 늦으면 더 화를 낸다”며 “환불을 요구하는 손님들에게는 배민이나 쿠팡이츠에서 비용을 해결해준다. 당장 음식값은 잃지 않아도 단골을 잃을 수 있다는 걸 감수해야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은 ‘배달 지연’을 가장 큰 문제로 언급한다. 소비자가 기대한 시간에 배달되지 않는 경우, 배달이 늦어져 음식이 식고 맛 품질이 저하되는 경우, 두 경우가 복합적으로 일어나 결국 ‘별점 테러’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 배달이 늦어지는 건 기분이 상하는 일일 뿐 아니라 지불한 가격에 걸맞은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세 살, 다섯 살 난 두 아이를 키우며 재택근무를 하는 임모(36)씨는 배달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최근 어린이집 방학까지 겹쳤을 땐 부부가 하루 한 끼를 제때 먹는 것도 힘들었다. 매번 배달이 늦어져 식사 시간을 놓쳤기 때문이다.
임씨는 “애들 다 재우고 난 뒤에야 식은 음식을 몇 번 먹다 보니 배달을 끊을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쿠팡이츠나 배민원을 이용해도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니 배달의 장점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라이더 부족으로 배달 알바가 급증한 게 오히려 배달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 배달원이 아니다 보니 능숙하게 집을 찾지 못한다거나, 보랭백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거나, 집 앞에 던져 놓듯 배달하고 가는 일들이 문제로 지적된다.
배달앱 시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라이더 모시기’에 부심하고 있다. 지인을 라이더로 추천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식으로 배달원 공급을 늘리기 위한 프로모션을 이어 가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시장이라 모두를 만족시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은 라이더를 늘리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게 최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