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일 만에 풀려난 이재용, 삼성 투자 시계 빨라진다

입력 2021-08-09 19:32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 되면서 삼성전자의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가 가석방 사유로 경제 상황을 언급함에 따라 이 부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등 최근 위기론이 불거진 주력 사업 전반을 재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9일 광복절 가석방 결과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총수 부재 속에 중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던 삼성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로 반도체 투자, 스마트폰 사업 점검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TSMC, 인텔 등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멈췄던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결정했으나 세금과 인센티브 등의 문제 때문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평택 3라인 투자 규모 확정을 비롯해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 추월 우려 등에 대해서도 재점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도 이 부회장 복귀와 함께 빠르게 일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 사업도 긴박하다.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에게 내준 상황에서 샤오미가 6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에 오르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마트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고 이건희 회장이 갤럭시S 출시를 진두지휘했던 것처럼 이 부회장도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단체들은 이 부회장 가석방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요국들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가 절실했다”면서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은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 부회장 가석방은 삼성이 경제의 위기극복 및 재도약에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완전히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펼치기엔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을 바랐지만 경영 활동에 제한이 따르는 가석방으로 나오게 됐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면서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다른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관련 1심 재판을 받는 중이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관련 재판도 19일부터 시작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