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지역 활동가들과 해외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된 북한 A공작원이 국내 수사기관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B목사 사건에도 같은 공작원이 등장한다. 청주 활동가들은 “A공작원은 조작된 유령 공작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이미 B목사 사건에서 A공작원이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이 맞다고 인정했다. 국가정보원 등은 A공작원에 대한 촬영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가 9일 확인한 B목사 판결문 등에 따르면 2015년 4월 북한 225국(현 문화교류국) 소속이었던 A공작원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B목사 동료와 접선했다. A공작원은 여러 번 국내에 침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북한에서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B목사 동료는 1차로 다른 공작원을 만나 2차 접선장소를 전달 받고 몇 번 자리를 옮긴 뒤에야 A공작원과 만날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A공작원은 B목사의 동료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1만8900달러를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번 청주 활동가 사건의 공작원 접선과 비슷한 방식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A공작원이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C활동가와 2017년 5월 중국 북경에서, D활동가와는 2018년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D활동가가 A공작원과 접선할 때도 공원과 사원, 시장 등을 돌며 여러 번 장소를 옮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지하조직 활동과 관련한 세부적인 임무를 협의했다고 한다.
대북 보고문을 작성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청주 활동가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USB에서 나온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은 대부분 스테가노그라피라는 암호화 기법을 이용했다. B목사 판결문에도 같은 기법으로 암호화한 대북 보고용 파일이 등장한다. 다만 B목사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지만, 공작원에 해당 파일을 전달했다는 혐의는 “의심할 여지없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받았다.
B목사 1심 재판에선 A공작원의 존재를 확인하는 증언이 나왔고, 상급심도 이 증언이 믿을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거 남파공작원으로 활동했던 증인은 당시 법정에서 “A공작원과 1년간 같은 중대에서 훈련을 받아 기억한다”며 B목사의 동료가 만난 인물이 A공작원이 맞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경찰과 국정원은 활동가들이 A공작원을 비롯해 신분이 확인된 북한 공작원 3명과 만났다고 보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