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친일파들의 얼굴… 박시백 ‘친일파 열전’ 출간

입력 2021-08-09 17:14 수정 2021-08-10 08:53
박시백 화백이 9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출판보고회에서 친일파를 다룬 만화 '친일파 열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박시백 화백이 역사만화 ‘친일파 열전’을 출간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기획한 책으로 친일파를 전면으로 다룬 첫 만화 작품이다.

박 화백은 9일 서울 용산구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출간보고회에서 “친일파들 대부분은 수명을 다했지만 그들이 역사의 주류로서 우리 현대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여전하다”면서 “친일파들의 면면과 행각을 널리 알려 이를 바로잡는 것이 친일 청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책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389명의 친일파 중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는 150여명을 가려내 그 행적을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8명의 얼굴을 표지에 그려넣었다. 이완용 박중양 이광수 윤치호 김활란 박정희 방응모 박춘금이 그들이다.

책에서 다룬 인물 선정 기준에 대해서 박 화백은 “친일 행각이 극심한 경우, 그리고 해방 이후 우리 역사에서 비중이 특별한 경우를 포함시켰다”면서 “인물 선정은 민족문제연구소와도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제1장 ‘친일의 역사’에서는 강화도조약부터 해방 직후까지 친일의 형성과 역사를 조명했다. 제2장과 제3장은 친일파들을 시기별 부문별로 분류해서 소개했다.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에 이름을 올린 ‘국적’들로부터 시작해 귀족들, 3·1혁명을 방해한 친일파들, 경찰과 밀정들, 만주의 친일파들을 2장에서 다뤘다. 이어 3장에서는 명망가들, 관리들, 군인들, 문인들과 연극·영화·무용계, 음악·미술계, 언론·교육·여성계, 종교계, 재계에서 활약한 친일파들을 밝혔다. 권말에는 책에 등장하는 150여명의 친일파 행적을 정리한 ‘친일인물약력’을 부록으로 수록했다.

박 화백은 일제강점기 35년의 역사를 담아낸 ‘35년’(전 7권)을 지난해 완간했다. ‘35년’에서 친일파들 이야기만 따로 뽑아내고 친일의 역사를 새로 추가해 ‘친일파 열전’을 만들었다.

책에 나오는 친일파들은 우리 역사와 현실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화백은 “소설가 김동인은 1930년대 후반 이후로 열렬한 친일 행동을 했다. 해방되는 날 아침까지도 조선총독부 관리를 찾아가 친일단체를 조직하겠다고 제안한 인물이다”라며 “그런 인물을 기린 동인문학상이 유력한 문학상으로 대접받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작곡가 안익태가 만든 애국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교체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애국가는 그 자체로 역사성을 가진 측면도 있다”면서 “안익태의 친일 행각이 더 많이 알려지면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라는 친일의 사상 역시 살아남아 망언의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박 화백은 “해방 이후 무수한 친일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통해 처벌을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책은 이들의 친일 행각이 수동적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매우 적극적인 행위였고 수많은 무고한 이들을 사지로 내몰았음을 알려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