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추석을 앞둔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밥 수요가 증가한데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확산하면서 상승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돼지고기 삼겹살(국산 냉장) 100g의 소매가격은 2593원으로 평년 가격(2198원)과 비교해 18% 상승했다. 지난달 27일에는 2667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목살 100g 소매가격도 2454원으로 평년(2194원)보다 11.8%나 올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도 치솟았다. 수입 냉동 삼겹살 100g 소매가격은 이날 기준 1365원으로 평년 가격(1045원)과 비교해 30.7% 급등했다.
돼지고기 값 상승 영향으로 햄, 소시지 가격도 오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부터 햄·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 20여종의 가격을 9.5% 인상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수입산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70% 올랐고 국내산도 20% 정도 상승하면서 육가공 제품 가격 인상을 불가피하게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가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데다 다음달 추석 대목까지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88%를 대상으로 하는 5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예정돼 있어 돼지고기 값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5월 삼겹살 1㎏의 소비자가격이 2만3827원까지 올라 2년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었다.
여기에 ASF가 3개월 만에 재발하면서 돼지고기 수급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칫 방역에 차질이 생겨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고, 이동중지명령이 내려지면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강원도 고성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첫 확진 사례가 나왔다.
다만 당장 돼지고기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미 2019년에도 ASF 사태를 경험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응 여력을 갖추고 있다”며 “협력사 보유 재고량이 있다 보니 아직까지는 당장 수급에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