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기를 낳았다” 6만 분노한 14살 소녀의 죽음

입력 2021-08-09 13:06 수정 2021-08-09 14:09
기사와 무관한 사진. 짐바브웨의 한 소녀가 물을 나르고 있다. AP뉴시스

짐바브웨 14살 소녀가 출산하던 중 사망한 사건이 알려졌다. 시민들과 인권운동가들은 미성년자 착취라며 분노하고 있다.

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14세 소녀 메모리 마차야는 마랑게 동부 지역의 한 교회에서 출산하던 중 사망했다. 현지에서는 약과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짐바브웨 일부 종교 단체의 아동 결혼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마차야는 또 결혼을 위해 학교를 포기하라고 강요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인권운동가, 짐바브웨 야당, 유엔 등은 짐바브웨 당국에 마차야와 결혼한 남성의 체포를 요구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18세 이전에 결혼한다. 유엔은 짐바브웨 정부에 아동 결혼을 범죄로 규정하고 그런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유엔은 “미성년자 결혼 등 여성과 소녀에 대한 짐바브웨의 폭력은 강력한 처벌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며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강구했다.

현지 언론에 전해진 가족의 말에 따르면 마차야는 출산으로 숨졌지만, 그의 아기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짐바브웨 경찰과 성별위원회는 마차야가 죽음에 이르게 된 정황과 이후 매장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

SNS에서는 마차야의 죽음 이후 아동결혼금지를 촉구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메모리 마차야를 위한 정의’를 요구하는 온라인 탄원서에는 지금까지 5만7000건이 넘는 서명이 이뤄졌다.

짐바브웨 여권 운동가 에버조이스 윈은 국민이 새로운 법을 만들 힘을 가진 사람들을 압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짐바브웨에서 여성과 소녀들은 개인의 권리를 가진 완전한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았다”며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짐바브웨 법에 따르면 여자아이는 18살 때부터 결혼을 할 수 있고, 16살부터 합의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결혼을 경제적 혜택으로 볼 수 있다고 믿는 일부 가정에서는 어린 소녀를 결혼시키는 조혼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수많은 소녀가 결혼 후에도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기를 원하지만, 곧 임신하게 되거나 집안일 등을 이유로 학교를 포기하고 집에 머물고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