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 사실을 부정하며 목격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9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25분쯤 부인 이순자(83)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왔다. 회색 양복 차림으로 집 앞에서 손을 한 번 흔든 뒤 차량에 올랐다. 그는 취재진이 던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생각 없느냐’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특히 7월 초 자택 앞을 홀로 산책하다, 한국일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을 당시와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씨 자택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 수십명과 유튜버들이 경찰 펜스 주변으로 빼곡하게 모였다. 한 중년 여성은 “전씨는 5·18 학살 및 헌정 유린과 국가폭력 만행을 즉각 참회하고 사죄하라”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에 1심 재판부는 1980년 5월 21일과 27일 광주 도심에서 500MD·UH-1H 헬기의 사격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전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1심에서 총 3차례(인정신문과 선고기일 등) 법정에 출석했다. 하지만 1심 판결 이후 항소심 재판에서 줄곧 재판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 없이 재판할 수 있으나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출석 의사를 밝혔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는 오후 2시에 201호 법정에서 항소심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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