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과 프랜시스 콜린스 국립보건원 원장이 일제히 백신 의무화를 지지하고, 추가접종(부스터샷)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코로나19 대응 수장들이 한 목소리로 방역 강경책을 언급한 것이다.
델타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4차 확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가 이어지면서 미국 보건 당국의 대응이 더욱 강력한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콜린스 원장은 8일(현지시간)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원래의 우한 바이러스와 너무 다른 변이가 생겨 백신도 작동하지 않는 날을 걱정하고 있다. 부스터 샷을 서두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의무화 필요성을 설명한 발언이다.
그는 “현재 코로나19로 1450명의 어린이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다. 전체 전염병 중 가장 많은 사례”라며 “백신 의무화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늦추는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도 NBC방송에 나와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승인 상태인) 백신의 완전한 승인을 하면 대학과 기업체, 민간단체 등이 백신을 의무화 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FDA의 백신 승인 절차에 대해 “몇 주 내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8월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콜린스 원장과 파우치 박사는 모두 백신 비접종자에 의한 변이 발생 우려를 염려하며 백신 의무화 조치를 지지했다.
파우치 박사는 “바이러스에게 복제를 허용하면 백신 접종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더 나쁜 변종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순환돼 계속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결국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는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실제 델타 변이는 델타 플러스 변이라는 파생 변종을 발생시켰는데, 이 변이체에는 바이러스가 더 빨리 퍼질 수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콜린스 원장은 “미국은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백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도 약 9000만 명이 한 번도 접종을 받지 않았다”며 “우리는 지금의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됐다. 미국은 실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더 위험한 돌연변이를 일으키지 않도록 확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방법이 (백신 접종으로) 감염 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박사는 특히 백신 접종자 중 일부는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그는 “노인들의 경우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 보호가 약화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화이자 백신 데이터에 따르면 (예방효과가) 접종 후 90%대에서 몇 달이 지나면 약 84%로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인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우선 접종되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데이터를 전달받는 대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일부 지역의 의료시스템 혼란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CNN은 미 남부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입원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일부 환자들은 정상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백신 비접종자 남편이 코로나19 감염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수잔 워커씨는 “에크모 치료가 절실하다. 플로리다주 남부에서 북부까지 모든 병원을 뒤졌지만 주 안에 있는 병원으로 남편을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플로리다병원협회는 “입원 건수가 지난해 7월보다 13% 급증했다. 주 병원 60%가 이번 주 심각한 인력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