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지 못한 ‘욱일기 형상’ 암벽…논란 남긴 채 폐막

입력 2021-08-08 19:27
김자인이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욱일기 형상 암벽으로 꾸며진 볼더링 과제가 담긴 경기 영상을 공개했다. 김자인 인스타그램

2020 도쿄올림픽이 스포츠클라이밍 종목에서 불거진 ‘욱일기 형상 암벽’ 논란을 낳은 채 막을 내린다. 대회 종목 해설을 맡았던 ‘암벽 여제’ 김자인과 국내외 언론 등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별다른 해명은 듣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자인은 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결승 볼더링 3번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경기 영상 일부를 공개하면서 “욱일기를 의도했는지는 이 영상을 보신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대회를 만드는 수많은 오피셜 스텝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자인은 “올림픽 브로드캐스트 공식 해설자는 그 문제의 디자인을 ‘Japanese rising sun’ 그리고 ‘the image depicts rising sun’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면서 “해설자는 운영진으로부터 루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받고 중계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것은 해설자 개인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욱일기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사용한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라며 “군사 침략 피해국에게 욱일기는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다를 바 없다”고 일침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스포츠 클라이밍 콤바인 결선에서 욱일기 형상 논란이 불거진 볼더링 3번 과제. AP뉴시스

욱일기 형상 암벽 논란은 지난 5일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결선이 끝난 뒤부터 불거졌다. 이 종목 볼더링 3번 문제는 방사형의 원 모양으로 욱일기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 시작 전까지는 코스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이 형상을 사전에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논란이 된 볼더링 3번 문제의 암벽 형상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욱일기를 의미하는 ‘라이징 선(Rising Sun)’로 해석되고 있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모든 선수가 35도 경사면에 회색 돌출부와 노란색 작은 홀드로 구성된 일본의 욱일기 모양 3번 과제에서 일정 구역까지 도달했으나 정상에 올라서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경기 소식을 알린 유로스포츠 등 해외 언론들도 이 과제를 두고 ‘라이징 선’이라고 지칭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