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남을래요”… 격무·인력 부족에 경찰도 형사팀 기피

입력 2021-08-08 17:47
경찰 마크. 연합뉴스


격무로 경찰 형사팀 지원자가 매년 줄면서 강력팀을 줄여 형사팀을 늘리는 임시변통으로 인사를 하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경찰의 핵심’이라고 불렸던 형사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자 일부 경찰서는 간부가 직접 파출소·지구대를 돌며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경찰 증원이 근본 해법이지만 내년에도 ‘예산 편성’이라는 장벽을 넘기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서 하반기 정기인사를 앞두고 ‘형사팀 인력 보강에 신경을 쓰라’는 지침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형사팀 인력 보강을 위해 다른 부서 감원까지 감수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경찰청이 ‘형사팀을 중심으로 실종사건을 전담하라’는 업무분장 지시를 내리면서 형사 인력 보강 지시를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청 관계자는 8일 “실종 사건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형사과가 실종 수사를 전담하게 됐고 이에 따라 업무 강도를 낮추자는 차원에서 각 경찰서에 형사 인력을 늘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체 인력 증원이 없는 상태에서 형사팀 보강이 이뤄지다 보니 기존 팀 인력이 도리어 줄어드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한 일선 경찰서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강력팀을 1개 줄이고 형사팀 1개를 늘리는 방식으로 형사팀 인력을 보충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체적인 인력재편을 통해 형사 인력 보강을 추진한 것이지만 강력팀은 인력 수가 줄면서 업무 강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형사팀 기피는 1인당 맡은 사건 수가 지나치게 많아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영향이 크다. 일반적으로 사건 배당 건수가 많다고 알려진 수사과의 경제팀이나 지능팀을 넘어설 정도로 업무 과잉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실종사건을 형사팀에 배정하는 등 업무 범위를 조정하면서 형사 한 명이 맡는 사건이 25건 수준으로 크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사철마다 일선 경찰서는 형사팀 지원자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실제로 서울 한 경찰서의 경우 형사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간부가 관할 내 파출소를 돌아다니며 “형사팀에 들어오라”고 읍소한 후에야 겨우 형사팀 인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파출소는 교대 시간(출퇴근 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직원들의 선호가 높아졌다”며 “과거에는 경찰이라면 ‘형사과에 들어가 형사 범죄를 다루겠다’고 목표를 잡던 문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고 씁쓸해했다.

매해 심화되는 형사팀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선 전체 경찰 인력 확충이 이뤄져야 하지만 내년에도 증원은 쉽지 않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경찰청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시 약 7000명의 경찰 증원이 필요하다고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이 가운데 형사를 포함한 수사 부서 인력은 2000명 규모다. 하지만 최근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검토 과정에서 전체 증원 인력 규모는 2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향후 국회 논의가 이어지면 증원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경찰청이 약 6000명 증원을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는 2700여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형사를 포함한 수사부서의 업무량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