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교류국이 ‘포섭 대상자’로 지목해 충북 청주 활동가들이 신원자료를 대북 보고한 민중당(현 진보당) 관계자 A씨가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 대상인 활동가 4명 중 1명과 통화했을 뿐 만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에 드러난 인사들 중 조사 필요성이 있는 이들을 7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은 지난 6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가량 조사했다. 경찰은 포섭 행위 전반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4명 중 손씨가 한 기업에서 해고를 당한 뒤 조언을 청해 전화로 응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북한 관련 이야기나 ‘자주통일 충북동지회’라는 이름을 들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손씨를 알게 된 건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2016년 민중연합당이 설립될 때 손씨가 당원으로 가입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손씨는 2018~2019년쯤 A씨에게 자신의 해고 사실을 전하며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당 차원의 대책위원회를 꾸려 달라”고 한 손씨에게 A씨가 “아직 당이 나설 때는 아니다”고 답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이상은 만난 적도 없고 먼저 연락한 적도 없다”며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소문이 안 좋았던 박모씨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들어서 피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구속된 활동가 중 한 명이다.
둘이 연락한 2018~2019년은 북한이 A씨를 ‘인입하라’는 지령을 내린 시점과 맞물린다. 국정원과 경찰은 대남 공작부서인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이 2019년 1~6월 수차례에 걸쳐 A씨 신원자료 수집을 촉구하자 같은 해 7월 A씨 휴대전화 번호, 출신지, 민중당에서의 입지 등을 암호화한 자료를 보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가 진보정당 운동을 해왔지만 주변인들과 이해관계로 얽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사상동향’ 보고도 있었다.
문화교류국은 2019년 8월 지령문에서 “자료를 검토해 봤는데 그를 포섭하는 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본인의 사상동향이나 입지조건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포섭 전취하겠는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청주 활동가들은 지난해 5월 A씨에 대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당분간 사업하기 어려워 장기적인 대상으로 미루겠다”고 보고했다. A씨는 지난 5월 활동가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된 이후 손씨로부터 그의 동료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기사 링크를 텔레그램으로 받기도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