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너무 오른다” 제주도, 평년보다 3주 앞서 대책반 가동

입력 2021-08-08 15:22 수정 2021-08-08 16:26

제주지역 물가가 크게 오르자 제주도가 물가안정대책반을 조기 가동하기로 했다. 추석을 한 달이나 앞둔 시점에 물가 안정에 행정력을 투입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제주도는 소비자물가 상승과 추석 명절(9월 21일) 성수품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물가안정대책반을 조기 가동한다고 8일 밝혔다.

기간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26일까지다. 통상 추석에 한 주 앞서 운영하던 것에서 예년보다 3주 가량 서둘렀다.

도는 7월 농축수산물 가격과 도내 소비자물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고, 9월 들어서는 추석 명절로 농축수산물 소비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 감소 가정이 늘어난 상황에서 일상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 체감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는 109.04로 지난해 같은 기간(105.64)보다 3.2%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2.6%)보다 높고,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에서는 전북(3.3%)에 이어 전남과 함께 두 번째로 높았다. 제주지역 자체적으로는 2008년 이후 최대치다.

달걀과 돼지고기, 쌀, 고춧가루, 마늘, 상추, 시금치를 비롯해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용 LPG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도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체감 인상률은 실제 소비자물가지수 인상 폭을 넘어섰다.

특히 밥상 물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축수산물 7월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2.4% 오르는 등 여름철 제주지역 물가 상승 폭이 매우 커졌다.

올해 1월 ㎏당 4500원이던 제주산 돼지고기 경락가는 7월 최대 8700원까지 올랐다. 도축물량 확대로 8월 들어 가격이 다소 내렸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으로 9일부터 타 시·도 산 돼지고기 반입이 금지돼 가격은 다시 오름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달걀은 30구 기준 5000원 대에서 7000원 대까지 오른 가격대가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밥상 채소 가격도 상추 마늘 등을 중심으로 크게 올랐다.

기름값은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6월 이후 상승하면서 7월 국내 기름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19~21% 오른 가운데 제주지역의 경우 서울 다음으로 소비자가 높게 형성돼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8일 기준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국이 ℓ당 1647원, 제주는 1705원으로 서울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도는 전년(9월 14~29일)보다 3주 앞서 추석 대비 물가안정대책을 수립하고, 물가안정대책반을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관련 회의에는 농·축협,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석해 물가 안정을 위한 의견을 공유할 예정이다.

도는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23일 개최 예정인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추석 대비 물가안정대책을 확정한다.

최명동 일자리경제통상국장은 “제주지역 물가가 오르고 있다”며 “생산, 유통, 서비스 등 여러 분야와 협력해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