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가락 없이 히말라야 봉우리에 모두 오른 산악인 김홍빈의 도전정신을 우리 가슴에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정복한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의 영결식이 8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엄수됐다.
지난달 브로드피크(8047m급) 정상에서 하산 중 실종된 김 대장이 떠나는 마지막 길을 유족, 동료 산악인, 내·외빈 등이 슬픔 속에서 지켜봤다. 영결식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49명만 참석했다.
히말라야에 잠든 고인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참석자 묵념 등에 이어 세계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를 모두 정복한 김 대장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약력 보고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김 대장의 생전 모습이 육성과 함께 영상으로 소개되자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적시는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인영 통일부 장관, 고락을 함께 나누던 동료 산악인 등도 애도사, 추도사, 헌시 낭독 등을 통해 그를 애도했다.
손중호 대한산악연맹회장은 조사에서 “김 대장은 손가락이 없는 장애를 극복하며 인간이 가지 못할 곳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애도했다. 김 대장 부인이 “숙명처럼 히말라야에서 잠 들어 안타깝다”고 헌화·분향하면서 오열하자 영결식장 곳곳은 순간 눈물바다를 이뤘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추도사에서 “한 없이 산을 사랑했던 그가 영원한 산이 됐다”며 “머나먼 길을 떠난 김홍빈 대장의 반자리를 우리가 채워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이낙연, 정세균, 박용진 등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2021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에 출전한 천종원, 서채현 선수 등도 영결식에 참석했다.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추모객들은 체육관 외부에 설치된 영상을 통해 영결식을 지켜봤다. 이어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을 뒤따르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운구 행렬은 김 대장이 산악인의 꿈을 키웠던 송원대 산악부,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사무실 등에 들러 납골함을 안치할 무등산 문빈정사로 향했다.
김 대장은 현지시각 지난달 18일 브로드피크를 완등한 뒤 하산 도중 조난됐다. 19일 오전 러시아 구조대가 발견해 주마(등강기)를 이용한 구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으며 6일만인 25일 다시 헬기 수색에 나섰으나 그를 다시 찾지 못했다.
유족 요청에 따라 다음날 수색 중단이 결정됐고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산악인장으로 장례가 치러졌다. 김 대장에게는 장례가 시작된 지난 4일 1등급 체육훈장 ‘청룡장’이 추서됐다. 광주시산악연맹 등은 설립추진위를 구성하고 ‘김홍빈 기념관’ 건립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알래스카 맥킨리봉을 등정한 후 조난돼 동상이 걸리는 바람에 열 손가락을 잃었다. 한동안 시름에 빠졌지만 좌절하지 않고 장애인 국가대표 스키선수 등으로 재기한 뒤 세계적 산악인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