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멕시코대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 측 정철승 변호사를 공개 비판한 글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 변호사가 남성 친구에게 “비서실에 여직원을 두지 말라고 조언해줬다”고 밝혔는데, 이 발언이 성차별을 조장한다며 문제삼은 것이다.
정 변호사는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대기업 부사장인 친구의 사무실에 들렀는데, 비서실에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비서실에 여직원을 두지 말라고 조언해줬다”는 글을 올렸다. 정 변호사는 “나는 내가 자문해주는 모든 기업의 CEO 및 임원들에게 여직원들과 회식, 식사는 물론 차도 마시지 말라고 조언해 왔는데, 박 전 시장 사건 이후부턴 여비서를 아예 두지 말라고 강하게 권고하게 됐다”고도 했다.
소식을 접한 브루노 피게로아 주한 멕시코대사는 같은 달 28일 트위터에 정 변호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저는 이것이 차별적 문화를 더욱 조장할 따름이라고 여긴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의 발언이 공적 영역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걸 정당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이른바 ‘펜스룰’ 논란의 연장선이다.
펜스룰이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하원의원이던 2002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여성과는 절대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비롯된 용어다. 당초 여성과 불필요한 사적 만남을 갖지 않는다는 의미였지만 일부에선 뜻을 왜곡해 ‘여성을 모든 영역에서 배제해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누리꾼들은 “변호사님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한 말에 많은 여성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성평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교육해서 다 같이 고쳐나가야지 무조건 (여성) 비서직을 없애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