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중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람다 변이가 1000건 넘게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선 델타 변이의 또 다른 변종인 ‘델타 플러스’ 감염자도 나타났다.
코로나19 변이 확산이 지속하면서 미국에선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AP 통신은 “미국이 지난겨울의 코로나 급증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묘사했다.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는 “지난달 텍사스주 휴스턴 감리교 병원에서 람다 변이 첫 사례가 보고된 이후 미국에서 모두 1060건을 확인했다. 게놈 시퀀싱(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고 CNN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람다 변이는 지난해 12월 페루에서 처음 확인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는 ‘우려 변이’, 람다 변이는 ‘관심 변이’로 지정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레고리 폴란드 메이요 클리닉 백신연구그룹 박사는 “새로운 변이가 식별되고, 그것이 급속한 확산 능력을 보여준다면 걱정해야만 한다. 람다가 바로 인간에게 불리한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프리티 멜라니 미시간대 교수는 “람다의 전염성이 어느 정도인지, 백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아직 확실히 알기 어렵다”며 “지금까지는 원래의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더 높고, 델타나 기타 변종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람다 변이의 치명률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WHO는 다만 람다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보다는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페루에서 확진된 코로나19 환자 80% 이상이 람다 변이 사례였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보건당국은 델타 변이에서 파생된 델타 플러스 변이 감염자 64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카운티 보건당국은 “델타 플러스 변이의 감염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며 “델타 플러스 변이가 원래의 델타 변이보다 더 우려해야 할 상황인지에 대해선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샌타클래라 카운티에는 애플,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델타 변이 확산이 지속하면서 최근 일주일 단위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는 지난 6일 10만7140명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6월 하루평균 환자 1만1000명대의 9배가 넘는다. CNN 방송은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미국에서 장악력을 높이면서 하루 평균 코로나 환자가 몇 달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입원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 시스템이 한계 상황에 도달한 병원도 나타나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는 코로나19에 확진된 11개월 아기가 응급치료를 받을 병상을 구하지 못해 240여㎞ 떨어진 템플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휴스턴시 최고 의료 책임자 데이비드 퍼시 박사는 “지금 의료 시스템은 거의 한계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미 보건부가 집계한 입원환자는 지난 6일 기준 6만3250명으로 지난 6월 29일 1만6152명의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플로리다,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켄터키주 등 8개 남동부 주가 신규 입원 환자의 4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북부 브로워드 카운티 메모리얼 의료 시스템은 지난주 평상시 수용 인원 1400명을 초과한 1600명의 환자가 있었다.
병원 의료 책임자인 마크 냅 박사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식당과 컨퍼런스 센터, 강당 등에 침상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며 “치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지만, 시스템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사망자도 급증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하루 평균 사망자는 497명으로 1주 전 대비 40%, 2주 전 대비 76% 증가했다.
AP통신은 “감염 후 사망까지 일반적으로 몇 주가 걸리기 때문에 사망자 숫자는 입원 환자 숫자보다 늦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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